강동구 정례회 ‘아수라장'
“구청장 사퇴권고 결의안 채택” 집행부 비판
시민일보
| 2003-12-03 19:17:47
서울 강동구의회가 구청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집행부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특히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본예산을 처리하는 정례회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동구의회는 행감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1일 오후11시 김충환 청장과 2명의 간부에 대한 사퇴권고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 원안대로 가결했다.
구의회는 “집행부 직원의 의원 인격모독 및 신변협박, 행감장 질서문란 및 감사방해, 의회경시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3인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채택하게 됐다”고 밝히고, ▲관련 공무원의 파면 등 중징계 촉구 ▲유사사태 재발 방지 ▲김충환 청장 외 간부 2인 사퇴 촉구 등을 결의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 강동지부는 3일 성명을 내고 “구의회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태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행정감사를 파행으로 몰고 간 책임은 함량 미달의 일부 구의원들에게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강동지부는 “일부 구의원들이 의장단의 약속을 묵살한 채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은 조합원의 문책을 요구하고, 의회 운영위에서 직협조례를 들먹이며 구의회사무국 직원들의 조합활동을 문제삼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경위=이번 사태는 강동지부가 구의회를 비판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께 구청과 의원회관, 암사 로터리 등 관내 7개 구역에 내건 현수막이 발단이 됐다.
앞서 강동지부는 각종 인사 및 업무 청탁 등을 지양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지난달 6일 구의회 의장단에게 전달하고 합의문 작성을 요구했다. 이에 “공무원노조의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구의회가 거부의사를 밝히자, 지부는 “비리와 전횡을 막기 위해 투쟁해 나설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곧바로 의회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구청과 의원회관 등에 게시했다.
‘비리와 부패의 온상’ 등의 문구로 제작된 이 현수막들에 대해 일부의원들은 ‘의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지만, 강동구의회는 지난달 24일 회신을 통해 “귀 지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의정활동에 참고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어 다음날 열린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윤규진 의장이 이를 거듭 약속함으로써 사태를 종결지으려 했다.
강동지부와 몇몇 구의원들에 따르면 조용구 의원은 ‘사전에 허가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고 방치’한데 대해 집행부를 질타하고, 관련 공무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기 위해 부서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행감에 앞서 조의원이 행감장 바깥에서 결의문에서 거론된 두 사람과 만나 언쟁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욕설과 멱살잡이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전망=강동구의회는 지난 1~2일 2, 3차 본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집행부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여나갔다.
일부 의원들은 특히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강동지부의 사이버상) 명예훼손 등 2건의 고소장 작성을 마치고, 집행부의 대응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원은 “행정사무감사와 집행부 출석요청 등은 구의회의 고유의 권한임에도 불구 공무원이 이를 사전에 차단시키려한 것은 명백히 지방자치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며, “파행 운영되고 있는 의회 정상화를 위해 집행부가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청의 한 핵심간부는 “현재 감사담당관실에서 경위를 조사중”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동지부는 “일부 구의원들이 예산심의마저 뒷전으로 미룬 채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공무원노조를 탄압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정신 못 차리는’ 일부 구의원들에게 있다”고 주장, 구의회와의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강동구의회는 당초 2일까지 행감을 마무리하고, 3일부터 집행부에서 제출된 안건을 상임위별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일 이후 모든 의사일정이 전면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은택 기자 volk1917@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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