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좌절과 성공 담아
“내인생 가장 큰 축복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시민일보
| 2003-12-04 17:04:16
안데르센 자서전 한국어 완역 출간 ‘눈길’
“내 인생은 멋진 이야기다. 행복하고 온갖 신나는 일로 가득하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등 숱한 명작동화를 남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자서전 ‘내 인생의 동화’(휴먼&북스 刊)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은 자서전처럼 멋지게 시작되지 않았다. 그는 덴마크 오덴세에서 구두수선공인 아버지와 남의 집 빨래를 해주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외아들의 요람을 부잣집에서 버린 관으로 대신할 만큼 가난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오페라 가수나 배우가 되겠다며 무작정 코펜하겐으로 떠났을 때 그의 나이는 열네 살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평생의 은인이자 당시 덴마크 왕립극장 감독 요나스 콜린을 만난뒤 문법학교에 들어가 뒤늦게 맞춤법을 배웠고, 코펜하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의 비천한 신분은 왕권이 존재하고 부유한 중산계층이 득세하던 계급사회에서 평생 열등감을 안겼다. 이로인해 신분상승 욕구가 남달리 강했던 안데르센을 비평가들은 명성이나 얻으려고 날뛰는 철부지 작가로 치부했다.
안데르센이 최초의 동화집 ‘어린이들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발표했을 때 비평가들은 “더 이상 그런 책을 쓰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혹평했다. 안데르센은 세 번에 걸쳐 자서전을 집필했다. 마흔한 살 때인 1846년 독일어판 작품 전집에 부치기 위해 첫번째 자서전을 썼고, 이후 쉰번째 생일까지의 삶을 증보했다. 세번째 자서전은 뉴욕에서 출간된 작품집을 위해 쓴 것으로 1867년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그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축복하면서 자서전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크고 위대한 축복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의 자서전이 한국어로 완역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먼&북스 刊. 이경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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