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2-09 19:14:05
{ILINK:1} 16대 총선의 최대 이슈였던 시민단체 낙선운동이 최근 들어 정치권을 협박하는 신종 무기로 변신한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난 2000년 총선 실시 3개월 전, 총선시민연대 측이 109명의 정당 공천 후보 부적격자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낙선운동’은 당사자에겐 천추의 한을 남길만큼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정치개혁을 화두로 낡은 정치에 대한 유권자 층의 무관심을 타파하기 위해 나섰다는 것과 시민사회가 최초로 정치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이 운동이 사회적으로 끼친 영향력 또한 대단했었다. 실제로 총선 개표결과 `낙선운동’명단에 오른 86명중 59명이, 중점 낙선대상자 22명중 15명이 낙선하는 결과를 보여 당초 예상을 훨씬 넘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훗날 낙선대상이었던 일부에서 제기한 소송에 패소하면서 낙선운동에 대한 불법시비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당시의 낙선운동 활동이 총선 과정 내내 ‘정치판의 한 축’으로 활약한 역할에 대해서는 언론의 각광을 받을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17대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는 ‘낙선’ 운운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우선 낙선 운동의 주체가 너무 난립돼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자초하고 있다.
충분한 토의 끝에 단일 창구로 한목소리를 냈던 과거 시민연대의 결집 때와는 다르게 권력화 됐다고나 할까. 때문에 정치개혁을 위한 `순수성’ 보다는 `정치적 고려’와 특정집단의 ‘이익추구’에 치우치는 등 `원칙없는 동요’가 난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논의를 해보자는 특위 구성까지 부결시킨 것은 정치권의 횡포, 낙선운동 전개 등 강력히 대처할 방침”(행정수도이전범국민연대), “정부가 끝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추가 파병을 결정한다면 ‘전쟁참여정부’로 규정하고 재신임 문제와 연계해 강력하게 책임을 묻고 총선에서 낙선운동 등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크 파병반대 국민행동), “정부가 한·칠레 FTA 비준을 강행한다면 오는 19일과 다음달 6일 농민대회를 통해 강력히 투쟁하고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의원들이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일 것”(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정치권의 매 사안마다 ‘낙선운동’ 운운하는 으름장이 따라 붙는다. 심지어 각 이익단체들 마저 총선을 앞세워 정치권의 판단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낙선운동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잠깐의 이해관계에 얽혀버린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멋대로 돌아가는 현실 정치를 통해 너무나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낙선운동은 최적의 후보를 뽑기 위한 검증장치로만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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