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여! 나에게로 오라
춤추는 대수사선2
시민일보
| 2003-12-13 17:27:43
쇼핑센터에서 지갑이나 터는 4인조 가족 소매치기단, 여자 아이를 넘어뜨린 후 목만 살짝 물고 잽싸게 도망치는 소심한 변태.
완간경찰서의 강력계 형사 아오시마(오다 유지). 샐러리맨 생활도 그만두고 경찰에 투신한 이 ‘열혈청년’은 ‘가슴이 불탈 것 같은’ 대형 사건을 기다리고 있지만 주변에는 사소하고 한심해 보이는 사건들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귀에 대형 살인 사건 소식이 들어온다. 레인보우 브릿지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 ‘불타는 가슴’을 안고 아오시마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12일 개봉한 일본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2’는 현지 개봉시 2000만명을 동원해 자국 실사영화 흥행 기록을 20년만에 갈아치우며 일본 열도를 들끓게 했던 영화.
개봉 이후 8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넉 달 동안 흥행순위 톱 10에 이름을 올려놨다.
원작은 후지TV에서 방영된 같은 제목의 TV시리즈. ‘흥행감독’ 모토히로 가쓰유키가 1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았으며 주인공 아오시마 역의 오다 유지를 비롯한 출연진도 1편과 거의 비슷하다.
간혹 보이는 무리한 전개로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액션과 로맨스, 추리와 유머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이 영화는 상업 영화로는 부족할 게 없는 듯 보이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가장 큰 매력은 빠른 편집과 박진감 넘치는 화면, 그리고 리듬감 있는 음악이 연출해 내는 스피디한 전개.
전형적이지만 개성있는 캐릭터 들과 오다 유지를 비롯한 배우들의 모습도 한국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여기에 에피소드들도 풍부하고 대사나 상황 속의 유머도 유쾌한 편.
줄거리는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아오시마 일행의 활약과 본청과 지역 경찰들사이의 갈등 등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영화 속 ‘악의 축’은 범인들 뿐만 아니라 아오시마와 대립하는 본청의 요원들. 감독은 지극히 상업적인 이 영화에 일본 사회의 관료주의와 학벌주의에 대한 비판을 적당한 깊이로 녹여냈다.
이 엽기적인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발견된 곳은 다리 주변의 둔치.
기업체 중역인 이 사람은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빨간색 실에 흰색 붕대가 감긴 채 묶여 있다.
간만에 ‘건수’로 의욕을 불태우는 아오시마. 하지만 곧바로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본청에서 요원들이 파견된다. 완간경찰서의 사람들은 당장 차 심부름에 주변 탐문 혹은 접대나 해야 하는 신세에 처한다.
수사본부의 본부장은 본청에서 남녀 평등을 홍보하기 위해 임명한 여성 간부 ‘오키다’. 위압적이고 독단적인 오키다와 아오시마 사이에 갈등이 커져 갈 무렵 두번째 살인으로 또 다른 기업체의 중역이 살해된다.
범인들은 여러 명, 피해자는 회사의 중역, 그리고 죽은 사람의 옆에는 배가 놓여 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범인들은 한 명씩 경찰에 전화를 걸어오고 사건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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