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가 부른‘진도아리랑’

이근녀씨 장녀·증손녀 음반내

시민일보

| 2003-12-15 19:15:53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맛깔스런 후렴으로 유명한 ‘진도아리랑’을 이 지방 출신의 가족 3대(代)가 함께 부른 음반 ‘진도 아리랑’이 신나라뮤직에서 출시됐다.

진도아리랑 명창인 이근녀(89) 할머니, 그의 장녀인 강송대(62. 남도잡가 무형문화재 제34호 예능보유자, 진도아리랑보존회 회장), 증손녀인 강은주(18. 남도잡가 전수자)로 이어지는 ‘3대’가 바로 이들이다.

이번 음반은 진도 토박이 명창으로 이제 아흔의 나이인 이 할머니의 육성을 ‘더 늦기 전에’ 녹음, 남도 정서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진도아리랑의 토속적 전통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음반에는 그동안 전승돼 온 진도아리랑 사설 56수가 담겨 있는데, 집안의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는 60수에 가까운 사설이 한 음반에 수록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녹음은 지난달 경기도 파주에 있는 스튜디오와 전남 진도군 의신면 돈지마을에 있는 이 할머니의 자택을 오가며 이뤄졌다.

녹음 작업을 하는 도중 이 할머니로부터 진도아리랑의 근원에 대한 중요한 증언이 나왔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 하다.

할머니가 15세쯤 됐을 무렵 진도 출신의 대금산조 명인인 박종기(1879-1939) 선생이 진도아리랑을 처음 만들어 지역 사람들에게 가르쳤으며, 이 아리랑을 배운 사람들이 당시 경연대회에 나가서 1등을 했다는 것.

한민족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이사는 “이 할머니의 증언이 정확한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 왔던 진도아리랑의 근원을 밝히는 중요한 증언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故) 김소희 명창도 생전에 ‘박종기 선생과 함께 일본에 음반을 취입하러 가던 도중 진도아리랑을 정리했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며 “이는 그동안 막연히 진도아리랑을 ‘아주 오래된 것’으로 여겨 온 지역주민들과 향토사학자, 연구가들 사이에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음반은 무형문화의 전승 과정에서 바람직한 형태로 여겨지는 가족간 전승체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강송대 선생은 모친에게서 잡가를, 5촌 고모뻘인 명창 강숙자로부터 춘향가를 배우고 김한수, 공대일 등을 사사했으며, 목포와 광주에서 20여년간 활동하다 최근에는 고향에서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증손녀 강은주는 5살때부터 소리를 시작, 1995년 제2회 남도민요 전국경창대회 학생부 최우수상 수상에 이어 2004년학도 중앙대 국악대학에 특례입학한 국악영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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