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옷 벗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비구니·신부등 환속한 다섯 구도자 인생담 엮어

시민일보

| 2003-12-17 19:23:12

‘환속’은 이런 저런 사연으로 한때 입었던 성직의 옷을 벗고 평범한 일상인으로 돌아온 비구스님과 수녀, 비구니스님, 신부, 수사 등 다섯 구도자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성직자들의 삶을 글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김나미(46)씨가 1999년부터 5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과 접촉을 꺼리며 숨어지내는 다섯명의 흔치 않은 삶을 기록했다.
저자는 앞서 세상 것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나눔의 아름다움을 실천하고 있는 다섯 도인들의 삶을 기록한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를 출간, 없어도 만족하고 행복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비움의 미학’을 일깨웠었다.
‘환속’에는 명예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직시한 후 미련없이 승복을 벗은 정연스님, 수녀원이 결코 환상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세상으로 돌아온 카타리나 수녀, 혈육보다 더 진한 모정의 이끌림으로 엄마 없는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환속한 효인스님,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사제복을 벗은 바오로 신부, 자신의 지병이 다른 수도자들에게 폐가 될까봐 수도원을 나왔지만 평생 봉사의 길을 걸어온 스테파노 수사 등의 인생사연이 꼼꼼하게 수록돼 있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정리하면서 `환속’ 혹은 `파계’가 결코 중도하차나 성직 인생의 낙오가 아니며, 마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는 것처럼 진정 자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정도 작은 절 아닙니까? 지금은 이 작은 대중 공동체에 충실해야지요. 식구들이 나의 도반이 된 셈이지요.”
단지 승복이나 수도복을 입었다고 해서 훌륭한 성직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결혼을 하고 시장터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영성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이 바로 진정한 신앙인이자 수도자가 아니겠는가라고 되묻는다.
성(聖)과 속(俗)의 구분은 무의미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이 믿고 따르는 분의 말씀에 충실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산책 刊. 256쪽. 1만원.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