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만원이면 …
남 궁 석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3-12-18 19:10:49
정치지망생 한 사람과 열 명의 지지자가 설렁탕을 점심으로 먹으며 소주 3병과 수육 두 접시를 곁들였을 때의 계산은 설렁탕 11인분(1인분 5000원) 5만5000원, 소주 2병(1병 2000원) 4000원, 수육 2접시(1접시 1만5000원) 3만원 합계 8만9000원으로 나온다.
지금까지의 관행은 이 돈 8만9000원을 정치지망생이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저녁에 나는 바쁘니 너희끼리 한잔 더 하라”며 10만원을 주고 헤어진다. 이 경우 정치지망생이 쓴 돈은 18만9000원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면 어떻게 될까?
“야 우리 1만원씩 걷어 식대 지불하고 나머지는 저 친구 후원금으로 내자.”
이 경우의 계산은 이렇다.
10명이 10만원 갹출해서 점심 식대 8만9000원을 지불하고 후원금 1만1000원 내면 된다.
결국 정치지망생이 18만9000원을 쓰느냐 1만1000원의 후원금을 받느냐의 차이다.
이것은 정치하는 사람이 “매일 18만9000원을 써야 하느냐”, “매일 1만1000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느냐”의 차이가 되고, 한 달이면 567만원을 쓰느냐 33만원의 후원금을 받느냐의 차이가 되고, 1년이면 7814만원을 쓰느냐 396만원의 후원금을 받느냐의 차이가 된다.
어떤 정치집단이 만명을 모아놓고 정치행사를 할 때 과거의 관행은 이렇다.
버스 250대(정원 40명) 동원에 1억(대당 40만원), 만명 동원 일당(1인당 3만원) 3000만원, 도시락 및 간식비 (1인당 1만원) 1000만원 등 모두 1억 40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10만 명이 모이면 이것의 10배인 14억 원이요, 30만 명이 모이면 이것의 30배인 42억원이다. 순전히 인원 동원을 위해서만 들어가는 비용이다.
텔레비젼과 신문에서는 그 정치집회가 성황리에 치러졌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이런 야만적인 시대를 50년 이상 우리국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이렇게 한 번 바꾸어 보면 어떨까?
“중요한 정치 집회가 있다니 우리 한 번 가 보자.
우리 40명이 버스 한대 전세내서 가자. 버스임차료 하루 40만 원은 우리가 1만원씩만 부담하자.
일당은 필요 없다. 제대로 된 정치인을 고르러 가는 판에 무슨 일당이냐. 도시락과 간식비도 우리가 준비하자.”
1인당 2만원의 투자가 나라의 품격을 바꿀 수도 있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 국민은 지하주차장에서 100억, 만남의 광장에서 차떼기로 150억, 무슨 용달차로 100억 하는 뉴스를 듣고 한탄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국민이 제대로 된 정치인을 길러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사랑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라가 잘 된다면 그 혜택은 결국 국민 몫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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