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술사랑 20년서 드디어 해방
술,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
시민일보
| 2003-12-20 17:48:47
“나는 사랑에 빠졌지만, 그 사랑이 내가 아끼던 모든 것을 망쳐버렸기 때문에 결국 헤어졌다..그것은 스무 해 동안 얽혀 있던 나와 알코올의 격정적이고 난마 같던 관계를 끊는 긴 발걸음의 출발이었다”
‘술, 전쟁같은 사랑의 기록’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여자가 20년 간 알코올 중독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한 회고록이다. 저자인 캐롤라인 냅(1959-2003)은 올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성잡지의 편집자 겸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나는 마셨다”로 시작하는 회고록은 십대 초기부터 36살이던 1995년 스스로 재활센터에 입원하기까지 끊임없이 술을 마시던, 즐거움과 고통의 기억들로 가득하다.
“나는 기뻐서 마시고, 불안해서 마시고, 지루해서 마시고, 또 우울해서 마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에는 병석에 있는 아버지의 장식장에서 술을 훔쳐 마셨다”
저자는 몇 번이고 술을 끊으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미 진성 알코올 중독자가 돼 버린 저자에게 술은 너무도 중요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생을 통틀어 내게 그보다 중요한 관계는 없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술 마시는 느낌을 사랑했고, 세상을 일그러뜨리는 그 특별한 힘을 사랑했고, 정신의 초점을 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고통스런 자의식에서 덜 고통스런 어떤 것들로 옮겨놓는 그 능력을 사랑했다”
저자는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그는 그러나 안정된 가정환경보다 덜 경직적이고 덜 지성적인 분위기를 찾아 헤맸다. 술과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그 ‘탈출의 통로’였다.
“그것은 내가 원하던 것과 가장 유사한 종류의 편안함과 유대감과 안도감을 일시적으로나마 가져다 주었다”
‘억제+술=해방’이라는 방정식이 작동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술 마실 이유와 시간은 늘어갔고, 사회적 성공은 습관적인 음주를 합리화시켰다.
“내가 술을 조금 많이 마시긴 해.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 어쩌겠어? 나는 좀 마셔도 돼”
저자는 직장생활 이외의 시간을 술과 함께 보냈다.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질 때, 우울함을 달래고 싶을 때,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그러다 저자는 “어쩌면 술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술을 끊기로 결심한다.
책은 저자가 금주를 결심하고 재활원에서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이야기와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의 경험담을 담았다. 저자는 스스로 알콜중독자임을 인정하고 술을 끊으면서 자신의 슬픔을 좀더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정아 옮김. 프롬북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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