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 유물 ‘한자리에’
궁중유물전시관 개관 11주년 기념 특별展 ‘병풍에 그린…’
시민일보
| 2003-12-23 18:54:45
고려시대 이후 초파일에 행해진 놀이 중 하나로 망석(忘釋, 亡釋, 萬石)중놀이 또는 만석승무(曼碩僧舞)라는 무언(無言) 그림자극이 있다. 우리나라에 전승되는 유일한 총 3막극 그림자극이다.
이 놀이 제1막이 ‘십장생 그림자극’. 여기서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이 등장했다가 그림자처럼 사라져가면서 인생의 유한함을 표현한다.
이 십장생 그림자극에서는 먼저 해(日)가 나오고 이어 달(月)이 구름을 머금은 채로 나오면서 중앙에는 바위(石)와 물결(水)이 나타나고 희고 푸른 구름(雲)에 이어 소나무(松)가 솟아나면서 그 밑에 불로초(靈芝)가 살짝 머리를 내민다.
왼쪽 아래에서는 거북(龜)이 나와 물결 옆에 머문다. 이어 중앙에 학(鶴)이 춤추며 밑에서 사슴(鹿)이 등장함으로써 십장생이 완성된다.
문화재청 궁중유물전시관(관장 강순형)이 개관 11주년을 기념해 개최하는 ‘병풍에 그린 송학이 날아 나올 때까지’ 특별전은 십장생(十長生)을 주제로 하는 행사.
23일 개막돼 내년 2월2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특별전은 각 박물관 및 개인 소장 회화·조각·공예품 등 총 120건에 달하는 십장생 유물을 한 자리에 모았다.
십장생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컸으나 이를 주제로 한 특별전은 전례가 거의 없었다.
영원불사,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은 해·산·거북·학·소나무 등 오래 산다고 생각된 열 가지 생물 혹은 물질이지만 실제로는 달과 대나무와 복숭아까지 포함해 13장생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십장생 신앙은 이미 ‘시경’(詩經)에서 그 단초를 보이고 있으며, 원래는 임금의 만수무강을 위해 궁중에서 출발했다가 나중에 민간에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초 성현(成俔)이 임금(연산군)에게 연초에 십장생 그림을 하사받고(1502년) 지은 시(受賜歲畵十長生)가 그 좋은 보기가 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궁중유물전시관 소장품을 비롯해 궁중용 10폭 십장생 대작 병풍 유물 등을 통해 화려한 조선 궁중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민간으로 퍼져나간 다종다양한 자료들을 의미깊게 살필 수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59호인 ‘자수십장생문 2층농’(숙명여대박물관)은 일반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며 ‘백자청화십장생문 주발’(코리아나화장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8폭)도 주목을 요한다. 문의 02-771-9954
/임병화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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