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영양상태 나쁠수록
아이 비만에 걸리기 쉬워
시민일보
| 2003-12-24 16:12:34
‘풍요병’ ‘신세기 증후군’ ‘선진국병’이라고 불리는 비만. 경제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3년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은 비만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 ‘비만 선진국’으로 나타났지만 확실한 치료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배고픈 유전자’(엘렌 러펠 쉘 지음)는 비만이 어떻게 유전자 및 환경과 연관되는지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 보스턴대 과학저널리즘 센터의 교수로 ‘뉴욕타임스매거진’ ‘디스커버리’ 등 과학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산모의 영양상태가 나쁠 수록 아이가 비만에 걸리기 쉽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1945년 네덜란드에서 기아가 덮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 상황에서도 출산은 계속돼 수천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1970년대 컬럼비아 대학의 지나 슈타인과 머빈 쑤서는 중년이 된 이들 ‘네덜란드 대 기아’의 신생아들을 연구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머니가 임신기간 첫 6개월 동안 기아를 겪은 경우 아기의 80%가 비만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탄산음료와 지방질 음식이 비만 유전자를 만든다’. 미크로네시아의 작은 섬 ‘코스라에’ 원주민들은 파파야와 빵나무 열매만 먹을 때만 해도 어느 민족보다 날씬했다. 베이컨 콜라 콘 비프 등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 섬 주민들 대부분은 산만한 덩치를 갖고 30살이 되기 전에 심장마비로 죽는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은 “유전자가 기름진 음식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름기가 많고 단 음식에 길들여진 유전자는 그렇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하지 못한다.
기름진 음식에 중독된 사람들은 적절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칼로리를 섭취해야만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어려서부터 탄산음료나 지방질 음식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비만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원봉 옮김. 28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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