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홉 ‘갈매기’ 영화화

●우리의 릴리

시민일보

| 2003-12-27 14:09:09

영화 ‘우리의 릴리’는 안톤 체홉의 대표작인 ‘갈매기’를 현대 감각에 맞게 영화화한 작품.

원작에서 연극이었던 인물들의 주 활동 무대는 영화. 극작가와 연극배우였던 주인공들은 영화 감독과 영화 배우 지망생으로 직업을 바꿨다.

원작의 결말은 주인공이 자살하거나 실패한 연기자가 되는 비극이다. 젊은 극작가는 새로운 형식에 대해 고뇌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배우 지망생은 3류 연극을 전전하는 등 인물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반면 영화는 이보다 각기 다른 상황의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에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결말도 비극적 냄새가 가득한 파국보다는 과거에 대한 덤덤한 화해를 보여준다.

따라서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줄거리 자체보다 각 인물들이 묘사되는 방식이나 이들이 대표하는 인물의 전형성, 그리고 이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감독은 주연 여배우(샤를로트 갱스부르)와 주제가로 알려진 ‘귀여운 여도적’의 프랑스 중견 감독 클로드 밀러.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섯 명. 20대 초반의 영화 감독 지망생인 쥘리앵(로벵송 스테브넹)은 그 또래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반항적이고 고집이 세며 일에 대한 열정도 항상 넘쳐나지만 아직은 세상과 스스로에 대해 불안하기만 하다.

여자친구이며 그가 만드는 습작 속의 배우인 릴리(뤼디빈 사니에)는 배우로서 성공을 꿈꾸는 여자.

재능과 미모, 자신감을 함께 갖춘 그녀의 얼굴은 순수함과 성공에 대한 동경을 감추지 못한다.

상영시간 104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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