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법대생 VS 공주병 여고생‘잘못된 만남’
내사랑 싸가지
시민일보
| 2004-01-13 17:28:57
이햇님의 인터넷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내 사랑 싸가지’(제작 포이보스ㆍ제이웰엔터테인먼트)가 1월 16일 개봉된다.
`그 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삼수생의 사랑 이야기’ 등 올해 줄을 이을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 가운데 테이프를 끊는 작품이어서 `엽기적인 그녀’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성공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공주 꿈을 꾸고 있는 여고 3년생 하영(하지원)이 왕자의 키스를 받으려는 순간 그의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하며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에게 다가올 엄청난 수난을 예고하는 전조인 것이다.
바로 그날 오후, 연하의 남자친구와 만난 지 100일 되던 날 결별을 통보받은 하영은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길 바닥에 떨어진 콜라캔을 발로 차는데 하필이면 명문대 법대생 형준(김재원)의 얼굴에 명중하고 그의 차 렉서스는 벽을 들이받는다.
형준이 흠집난 차 범퍼의 수리비 300만원을 물어내라고 다그치자 하영은 냅다 뺑소니를 친다. 그러나 형준은 하영이 흘린 지갑을 보고 학교 앞까지 찾아오고 하영은 하릴없이 일당 3만원에 100일간 노예계약을 맺는다.
이때부터 형준은 시도때도 없이 하영을 불러내 집안 청소와 빨래, 숙제 대행 등 시시콜콜한 심부름을 시킨다.
그러던 어느날 하영은 아빠와 함께 자동차 수리센터를 찾았다가 범퍼 수리비가 단돈 1만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황은 단숨에 역전돼 하영의 처절한 복수전이 시작되지만 통쾌함도 잠시, 형준이 하영의 과외교사로 들어오면서 관계는 재 역전된다.
이쯤 되면 하영과 형준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될지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서로를 골탕먹이려던 행동은 상대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이해되고, 미운 정도 고운 정으로 바뀐다.
여기에 침, 코딱지, 똥 등 온갖 배설물이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한다.
세대를 판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이 영화를 보고 경박함에 혀를 끌끌 차고 황당함에 한숨을 내쉰다면 구세대에 속한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세대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는 데만 힘을 쏟은 탓인지 같은 또래의 관객이라 하더라도 깊은 재미는 느끼기 어렵다. 톡톡 튀는 상황과 대사들도 휘발성이 너무 강해 잔상이나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종료 자막과 함께 금방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동감’의 원작으로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신동엽의 감독 데뷔작.
브라운관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톱스타로 떠오른 하지원과 김재원은 비교적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지는 연기를 펼쳤고 임혁필, 김지훈, 김상혁의 `깜짝 출연’도 신선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임병화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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