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떡값받기’ 기승

부방위 단속·국무조정실 암행감찰 비웃어

시민일보

| 2004-01-17 18:27:49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들의 금품수수 등 비위가 빈발, 정부의 공직기강 확립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설연휴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떡값’ 단속을 위한 암행감찰을 실시중인 국무조정실 공직기강 합동점검반이나 부패방지위원회조차 “왜 이렇게 문란해졌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이젠 수위를 넘어섰다.

30만원 이하의 현금·상품권 수수는 `사건’ 축에도 들어가지 않아 적발돼도 현장에서 훈계 정도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현장적발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는 공직자 금품수수 규모는 작게는 50만~60만원, 많게는 수백만원대였으나 16일 대전에서 한국전력 직원의 승용차 뒷트렁크에서 1600만원이 발견되자 점검반은 입을 다물지 못한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날 오전 경북 경산시청에 잠복했던 점검반은 오전 10시 5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불과 3시간 사이에 100만원 안팎의 상품권이 오가는 현장을 3건이나 잡았다.

점검반 관계자는 사건을 적발한 직원의 말을 인용, “눈에 보이는게 `봉투’가 오가는 현장이었다”며 “설이 다가오자 하루에도 5~6건씩 잡힌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같은 금품수수가 공무원들의 사무실, 구내식당 등 관청 내부에서 점검반의 눈에 쉽게 띌만큼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실로 충격이다.

부패방지위원회 점검반도 지난 12~13일 경기도 화성시와 용인시 공무원들의 50~60만원대 금품수수를 적발했다.

부방위는 암행감찰에 노하우가 축적된 기관이 아니다. 부방위 관계자는 “제보나 사전정보 없이 그냥 무작위로 행정기관을 추출해 나갔는데도 사건이 잡혔으니 금품수수가 만연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합동점검반이 지난주 적발한 지방 공무원들의 대낮 도박, 사무실 이탈 등 기강해이 사례는 이들이 더 이상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줄만큼 심각하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직원 구모(7급)씨는 지난 9일 낮 S건설 사무실에서 건설업자 3명과 함께 판돈 487만원을 걸고 속칭 `훌라’ 도박을 하고, 8일에는 농업기반공사 평택지사 이모 과장과 직원 5명이 점심시간 이후 관련업체 직원들과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뒤 당구를 치다 적발됐다.


점검반 관계자는 “당구장 밖에서 기다렸으나 오후 4시 30분이 되도록 이들이 나오지 않아 우리가 먼저 현장을 덮쳤다”라며 “그냥 놔뒀으면 더 오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공무원 금품수수와 기강해이의 근본적인 원인을 `돈 드는 지방선거’에서 찾았다.

그는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관심이 지방선거에 쏠리다보니 내부 기강확립은 뒷전”이라며 “`돈드는 지방선거’가 존속하는 한 민간에서 공직사회 내부로 금품이 흘러들어가는 비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발적인 지방공무원 금품수수 및 기강해이는 중앙부처만큼 강하게 처벌되지 않는 경향이다.

정부가 비위 공무원들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해도 인사권을 가진 자치단체장들이 경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하거나 귓등으로 흘리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이 자신의 비위에 합당한 처벌이나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례들이 빈발하자 합동점검반은 금품수수액이 200만원만 넘으면 검찰·경찰로 수사를 의뢰, 사법처리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한편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이남주) 점검반은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 공무원 김모(42. 6급)씨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모 엔지니어링사(社) 부장으로부터 업무협조 대가로 박씨의 승용차 안에서 현금 50만원을 받는 현장을 잡았다.

부방위는 이어 13일낮 12시께에도 경기도 용인시 공무원 서모(32. 7급)씨가 시 공사에서 편의를 제공해준데 대한 대가로 김모씨로부터 시청 복도에서 6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사실도 적발했다.

부방위는 이들을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소속 자치단체에 징계 등 처벌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승철기자 lsc@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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