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파고든 부정·부패사건 보여줘

화제의 신간 - 전염성 탐욕

시민일보

| 2004-02-01 20:15:11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이 마치 통제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환상이며 현실과는 다르다. 시스템의 전체적인 붕괴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시장은 그동안 감독당국의 통제에서 점점 더 벗어났고, 지금도 계속 벗어나고 있다.”

`전염성 탐욕’이라는 금융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며 전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전염성 탐욕’(프랭크 파트노이 지음. 이명재, 이주명 옮김)이 던지는 경고다.

미국 샌디에이고대학 법대교수인 저자는 대학교수가 되기전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와 CS 퍼스트 보스턴에서 파생상품 거래 및 영업을 한 경험과 변호사로서 증권범죄 등 금융부정 사건을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가 지목하는 악성 바이러스 발생원인은 금융 파생상품. 오늘날 전세계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투자와 자산운용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선물, 옵션, 구조화 금융 등을 말한다. 일반 투자자들도 주식투자를 하거나 금융거래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게 파생상품이다.

하지만 이 파생상품이 초래하는 거대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할 법과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자기방어 수단도 갖추지 못한 채 이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책은 시장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알려진 파생상품과 금융공학이 어떻게 탐욕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경제의 리스크를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대시켰는지를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펼쳐진 각종 금융사건과 시장의 부패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탐욕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된 연유는 지난 1988년 파생상품 거래 실패로 인한 투자손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의 살로먼 브라더스 투자회사 경영진이 당시로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회계장부를 조작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부터 탐욕의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시장 구석구석으로 퍼졌고, 시장은 엄청난 모험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탐욕의 경연장이 됐다. 금융회사 직원들은 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실적을 조작했고, 경영진들은 스톡옵션에 눈이 멀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조작했다. 조작행위는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필맥 刊. 672쪽. 1만6000원.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