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댄스강사 뉴욕서 추앙받다

화제의 영화 - 구루

시민일보

| 2004-02-03 18:14:57

`구루(The Guru)’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뉴욕으로 날아간 인도 청년을 주인공으로 삼아 미국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비웃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국의 로맨틱 코미디 전문제작사 워킹 타이틀과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가 함께 만든 영화로 1930년대 할리우드 뮤지컬 분위기에 발리우드(Vollywood:뭄바이-옛날의 봄베이-를 중심으로 대량생산되는 인도 상업영화를 일컫는 말)특유의 복합 장르를 뒤섞어놓았다.

어릴 때부터 인도의 전통 춤 공연보다는 존 트래볼타의 뮤지컬 영화를 즐겨보던 주인공 라무 찬드라 굽타는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마카레나를 가르치는 춤선생. 팬트하우스에 살면서 벤츠를 타고 다닌다는 친구의 편지만 믿고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그러나 막상 공항에 마중나온 친구는 백수나 다름없는 빈털터리 노동자. “아메리칸 드림은 꿈 속에서나 이뤄지는 것”이라는 충고를 한귀로 흘리며 그의 월세방에서 식당 점원으로 남루한 생활을 시작한다.

주인의 냉대와 손님의 차별을 못견디고 일자리를 때려치운 라무는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사의 문을 두드리는데 그곳은 포르노 영화를 만드는 곳. 여기서도 그는 어설픈 연기로 망신을 당하고 만다.

좌절과 실의에 빠진 그에게 예기치 않은 행운의 기회가 찾아온다. 음식 시중을 들기 위해 들른 뉴욕 갑부들의 파티장에서 얼떨결에 인도의 수행자 스와미부의 대역을 맡았다가 포르노 배우 샤로나로부터 들은 말을 그럴듯하게 인용해 구루(영적 지도자)로 추앙받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라무의 본격적인 사기행각이 펼쳐진다. 배우 교습을 핑계로 매일 샤로나에게 섹스의 철학과 기법을 배워 렉시를 비롯한 추종자들에게 전수한다. 샤로나도 신앙심이 독실한 약혼자에게 포르노 배우 경력을 숨긴 채 순진한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하는 처지.

라무와 샤로나는 서로의 순수함에 이끌리지만 둘의 위험한 곡예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95년 `파티걸’로 데뷔한 여성감독 데이지 메이어로 영국의 신인 배우 지미 미스트리와 `오스틴 파워2’의 헤더 그레이엄을 남녀 주연으로 내세웠다. 렉시 역은 조연 전문배우 마리사 토메이.

포르노 배우의 조언이 섹스를 통한 영적 치료법으로 둔갑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고 미국 상류층의 허위의식과 빗나간 오리엔탈리즘이 까발려질 때는 통쾌감마저 든다.

할리우드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세련된 짜임새에 놀라고 여느 할리우드 영화로 여겼다가는 색다른 매력에 `한방 먹게’ 될 것이다.

`Just the way you are’, `One way or another’, `You’re the one that I want’ 등은 올드 팝 팬을 위한 보너스. 상영시간 94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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