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주先生 소리 음반으로 듣는다

영감 넘치는 ‘선소리타령’ 맥을 있는 대가

시민일보

| 2004-02-24 18:31:17

소암(韶菴) 황용주(67) 선생은 남성들의 소리인 ‘선소리산타령’의 맥을 잇는 대가다.

1983년 종로에 선소리산타령전수소를 개설, 제자들을 가르치다 1992년에는 이 종목의 기예능보유자(인간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이후 선소리산타령보존회를 이끌어오는 등 한평생 이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명인이다.

그의 소리를 이제 음반으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선소리산타령과 민요 모음을 담은 음반 ‘황용주의 예술세계’(신나라뮤직).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서도의 핵심 민속음악인 선소리산타령의 역사는 조선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의 국교였던 불교가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학에 밀려 존재기반이 흔들리게 되자 절마다 수많은 파계승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이 전국을 떠돌며 지어 부른 노래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

“산천초목이 다 무성한데 구경가기도 즐겁도다 녹양 벋은 길로 평양감영 숙 들어간다 춘수는 낙락 기러기는 훨훨 낙락장송이 와직끈 딱 부러졌다 마른가지 남아 지화자자 좋을시구나”(‘놀량’의 첫 소절).


불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영감 넘치는 가락에 산천의 아름다움, 삶의 애환과 한(恨)을 실은 것으로, 여러 소리꾼들이 서서 부르기 때문에 ‘선소리’, 산천을 노래한 것이므로 ‘산(山)타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부르는 순서도 재미있다. 제일 먼저 부르는 ‘놀량’(‘놀 작정’ ‘놀 의향’이라는 뜻)으로 시작해 ‘앞산타령’(서울 남쪽에 있는 산과 강을 노래함), ‘뒷산타령’(서울 북쪽의 산과 강을 노래함), ‘자진산타령’(자진모리 빠른 장단으로 산천경개, 관동팔경을 노래함), ‘개구리타령’(개구리들의 생태를 묘사함)으로 끝을 맺는다.

음반에는 이 순서대로 이어지는 경기 선소리산타령과 ‘창부타령’ ‘청춘가’ ‘사발가’ ‘오봉산타령’ ‘한오백년’ ‘이별가’ 등 민요 10여곡이 실려있다.

황용주 선생은 황희 정승의 17대 직계손으로, 1937년 12월3일 충남 공주군 장기면 송선리에서 태어났다.

서당 훈장이었던 조부 아래서 6세 때부터 천자문을 시작, 논어, 맹자, 시경 등을 두루 익혔고, 공주 영명고를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와 선소리산타령 기예능보유자였던 이창배 명인의 제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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