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앞에 약한 철부지 노인들

화제의 영화 - 고독이 몸부림칠 때

시민일보

| 2004-03-21 20:19:59

1950~60대 중견 연기자들이 떼지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제작 마술피리)가 지난 19일 개봉했다.

10대가 영화 속 주인공으로 ‘판치고’ 있는 데다가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는 TV나 영화 속 ‘젊은 애’들 이름 외우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법도 하다.

숀 코너리나 잭 니콜슨, 다이앤 키튼 등이 스크린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영화 제목도 패티 김의 흘러간 명곡 ‘초우’에서 따온 한 구절이다.

‘삼자외면’, ‘갈매기’ 등 연극연출가 출신 이수인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의 배경은 반농(半農)반어(半漁) 마을인 남해의 물건리. 타조농장 주인인 중달(주현)에게는 알 못낳는 타조 이외에도 한 가지 골칫거리가 더 있다.

바로 내일모레면 쉰 줄에 접어드는 노총각 동생 중범(박영규). 중범에게는 꽤나 잘 어울려 보이는 횟집 주인 순아(진희경)가 있지만 중달은 둘을 맘 먹고 밀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 자신도 상처(喪妻)한 홀아비 신세. 사실 순아는 중달이 결혼상대로 찍어놓은 여자다.

중달이와 함께 ‘삼총사’를 이루며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로는 필국(송재호)과 찬경(양택조)이 있다.

손녀 영희와 단둘이 살아가는 또 다른 홀아비 필국이 얌전한 편이라면 마누라까지 있는 찬경은 여기저기 집적대는 주책맞은 스타일.

중달에게 필국과 찬경이 마음을 터 놓고 고민을 함께 할 사이라면 이웃집 진봉(김무생)과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관계다.

중달의 타조들이 진봉에게는 못마땅하고 반공소년의 동상이나 닦으며 유신시대를 그리워하는 진봉이 중달에게는 얄미울 수 밖에.

어김없이 중달과 진봉이 주먹싸움을 벌이고 친구들은 열심히 뜯어 말리던 어느날, 이들의 눈에 운명적인 노란 택시가 들어온다.

택시에서 내리는 우아한 자태의 중년 여인은 서울에서 온 송 여사(선우용녀). 송 여사의 교양있는 말투와 코맹맹이 소리에 마을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상영시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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