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馬一體’ 사막 질주
화제의 영화-히달고
시민일보
| 2004-03-23 18:22:05
말과 사람이 말 그대로 인마일체(人馬一體)가 돼 평원을 질주한다. 대지를 박차는 말발굽 소리는 심장의 고동을 연상시켜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갈기를 휘날리며 바람을 가르는 모습은 통쾌함을 자아낸다.
지난 19일 개봉한 `히달고’는 파리-다카르 랠리처럼 자동차가 아니라 말을 타고 아라비아 사막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경주를 담은 영화. 실존인물인 프랭크 홉킨스의 자서전을 스크린에 옮겼다.
1890년대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 프랭크 홉킨스는 장거리 경주마다 우승을 놓치지 않는다. 그의 명성은 서남아시아까지 알려져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불의 대양’ 경주에 초청을 받는다.
`불의 대양’은 68일 동안 3000 마일을 달리는 죽음의 레이스. 그는 스페인 혈통의 조랑말 히달고와 함께 장도에 올라 왕족이나 부호들의 손에 조련된 순수 혈통의 아라비아산 명마들과 경주를 벌인다.
홍해에 면한 아라비아 반도 남단을 출발해 사막을 가로지른 뒤 페르시아만 연안의 이라크를 거쳐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이르는 여정. 찌는 듯한 더위에 모래폭풍과 메뚜기떼, 그리고 영국 귀부인 레이디 앤의 음모가 프랭크의 목숨을 위협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아라곤으로 등장했던 비고 모텐슨이 애마 히달고와 고독한 경주를 벌이는 기수로 나섰고, 이집트 출신의 전설적인 명배우 오마 샤리프가 베두인 부족장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내민다. 이국적인 마스크의 줄레이카 로빈슨은 프랭크를 돕는 부족장의 딸 자지라 역을 맡았다.
`쥬라기공원3’와 `쥬만지’의 감독답게 조 존스턴이 연출한 스펙터클한 화면이 볼만하고 비고 모텐슨과 오마 샤리프의 연기가 돋보이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단선적인 편.
물 없으면 10마일도 못 간다며 우물에서 결투를 벌이던 프랭크가 나중에는 물을 찾지도 않는다거나, 다 죽어가던 히달고가 벌떡 일어나 놀라운 막판 스퍼트를 펼치는 등의 어설픈 대목도 자주 등장한다.
더욱이 인디언에 대해서는 깊은 이해심을 보이면서도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을 고지식한 운명주의자로 묘사한 뿌리깊은 편견도 눈에 거슬린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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