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치개혁은
김 성 호 열린우리당 의원
시민일보
| 2004-03-23 20:02:17
우리당 공천 재심위원장을 맡게 된 이후, 솔직히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낸 날이 없었다.
당내경선이나 공천에서 탈락된 후보들의 하소연 때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출마하는데 부족함이 없지만,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정치적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분들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만나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당내경선에서 탈락 한 뒤 어떤 경우에도 17대 총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는 현 지역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구, 그리고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경선불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열린우리당의 현역의원,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했던 사람, 그리고 청와대 출신이나 대통령 측근이 그 희생을 가장 많이 떠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수십년 동안 궂은 일을 해온 분들에게 또 희생하라고 하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특히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친인척 측근 비리문제는 매번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고 보니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염증을 느낄만 하다.
비리의 규모나 배경은 다를지 모르지만,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비리는 국민으로 하여금 더 큰 불신과 혐오를 느끼게 만들었다.
최근 대통령 측근인사들의 출마가 심심찮게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언론으로부터 재심위원장인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바로 “대통령 측근인 아무개씨 등의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대답하기 곤혹스런 질문에 대해 “본인이 알아서 처신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원론적 답변으로 에두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통령 측근은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 출마하는 전통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다.
물론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들에게 단지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출마를 포기하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이 임기 중 출마하는 경우에는 조그만 잘못도 크게 와 닿고, 문제가 발생하면 개인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일쑤다.
특히 더 이상 ‘대통령 친인척 비리나 측근비리’를 정말 보고 싶지 않은 국민 열망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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