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 앞으로!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4-06-01 19:29:49
{ILINK:1}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 공약인 주공아파트 분양원개 공개를 사실상 백지화시켰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실제로 열린우리당과 건교부는 어제 당정협의를 갖고 택지개발지구내 공공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 원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말았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등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들조차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는 추세인데 시대를 역행하는 이 같은 결정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원가연동제 도입으로 택지를 조성원가보다 싸게 분양하는 만큼 분양가를 약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이를 핑계로 17대 총선 핵심공약을 파기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재벌 건설사를 위한 정책을 주도한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예를 들면 토지공사 등이 조성한 택지를 공급할 때 보다 높은 액수를 써내는 건설사에게 택지를 공급하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는 데, 이 같은 채권입찰제는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추기는커녕 도리어 건설업자들에게 중형이상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현금 동원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의 경우 사실상 유망 택지지구내 아파트 건설 참여는 힘들어질게 뻔하지 않은가.
아파트 원가공개와 관련, 열린우리당이 4.15 총선 이후 보인 행보는 구설을 자초하고도 남을 만큼 문제가 많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심지어 애초 원가공개 의도도 없이 선거득표 전략으로만 활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분양원가 공개는 물론 더 나아가 택지공급가, 택지조성원가도 공개해 건설업체의 개발이익 환수에 앞장 서야하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기존의 정치풍토를 답습하는 우를 범하는 모습이 열린 우리당의 현주소다.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국민의 뜻에는 그 때 당시의 뜨거운 언어를 초심으로 삼아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전제조건이 달려있었다. 이같은 민심의 요구는 총선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정황을 이어볼 때 열린우리당은 불과 두 달 여 전 탄핵 당시의 절박함을 잊은 듯 하다.
그 순간 저마다 스스로의 가슴 속에 새겼을 뜨거운 언어들이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울림도 주지 않을 만큼 도취에 빠진 탓은 아닌지 모르겠다.
‘초심 앞으로!’
지금 이순간 열린우리당에 가장 필요한 구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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