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우리당 참패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6-06 19:54:47

{ILINK:1} 6.5 재·보선 결과가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4곳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특히 지난 4.15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던 수도권 지역에서조차 여당은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실제로 서울 3곳, 경기 2곳에서 실시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서울 8곳에서 실시된 광역의원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그나마 인천 3곳 가운데 1곳, 경기 8곳 가운데 1곳 등 수도권 지역 광역의원 19곳 가운데 겨우 2곳을 얻어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어쩌면 이들이 당선된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애초부터 지기위한 선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여당은 패배를 위해 아주 착실히 준비했으며, 그 준비한 결과대로 참패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여당이 패배를 위해 준비할 일이란 무엇인가.

우선 개혁의지의 후퇴다. 4.15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흡사 ‘묻지마’식 투표에 가까울 만큼 여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개혁’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 1당이 된 여당은 ‘개혁 싫어용 주의’인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고 말았다. 이러고도 재·보선에서 이기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두 번째로 여당이 패배를 위해 준비한 것은 소위 ‘동진정책’이라며, 영남발전특위를 운운했던 일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던 정부와 여당이 느닷없이 지역편중발전을 추진하려 든다면 누가 그런 정부와 여당을 믿고 지지하겠는가.

이러고도 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다.

결국 여당은 부산·경남도 잃고, 제주도 잃고, 호남까지 잃었다. 심지어 영남인과 호남인, 제주인이 어울려 살고 있는 수도권 지역까지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여당이 선거패배를 위해 준비한 또 다른 것은 ‘배부른 돼지’의 모습을 유권자들에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총선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분양원가 공개방침을 일시에 뭉개버리고 이를 백지화 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여당의 주장처럼 원가연동제 도입으로 택지를 조성원가보다 싸게 분양하는 만큼 분양가를 약간 낮추는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이처럼 헌신짝 버리듯 저버리고도 선거에서 이기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도둑놈 심보다.

선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는 10월 30일에도 재·보궐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또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될 전망이다.

물론 2년후에는 지방선거가 있으며, 차기 총선과 차기 대선 등 선거는 계속 될 것이다.

이 선거에조차 이기기 싫다면, 지금처럼만 하라.

그러면 당신들이 바라는 대로 백전백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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