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이번에는 범인쫓는 경찰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시민일보
| 2004-06-06 20:01:37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여러 면에서 기록적인 작품이다.
한국과 홍콩 동시 개봉, 홍콩 에드코필름(대표 빌 콩)의 제작비 전액 투자, 국내 최대의 연예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대표 정훈탁)가 설립한 아이필름의 창립작, 국내 최초의 완성보증보험 가입작, 최초의 서울 야경 항공촬영 등.
자막과 함께 서울 야경 장면이 비쳐지며 고층빌딩의 옥상에서 한 여인이 투신을 준비하고 있다. 오프닝 타이틀은 비극을 암시하지만 남녀가 처음 만나는 대목은 우스꽝스럽게 시작한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대중목욕탕에서 나오던 경찰관 경진(전지현)은 날치기 현장을 목격하자 비번임에도 사명감에 불타 범인을 추격한다. 날쌔게 범인을 따라잡아 때밀이 수건으로 손목을 결박해 파출소에 돌아오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그는 범인이 아니라 범인을 추격하던 용감한 시민이었던 것.
억울하게 봉변을 당한 여고 물리교사 명우(장혁)는 경진에게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내 사전엔 `미안해’란 말이 없어. 듣고 싶으면 네 이름을 `미안해’로 바꿔. 그러면 내가 `미안해’라고 불러줄게.”
이튿날 경진은 명우와 함께 조를 이뤄 청소년 지도단속에 나섰다가 마약 거래 현장을 목격한다. 명우가 빠지려고 하자 경진은 자신과 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채 용의자를 뒤쫓는다.
그러나 용의자는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잠입한 경찰. 게다가 수갑 열쇠마저 잃어버려 둘은 꼼짝없이 한몸이 된 채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명우는 경진이 탈주범을 붙잡으려고 나서자 그를 도우려다가 불의의 총탄을 맞아 숨진다.
수갑을 함께 차고 옷을 갈아입으며 차례로 세수를 하는 장면이나 칵테일 장식용 미니 종이우산을 쓰고 빗속에서 춤추는 장면, 그리고 종이비행기와 바람개비를 이용한 추억 만들기 등은 인상적이다.
특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등장하는 맨 마지막 장면은 그동안의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하게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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