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 매춘부를 괴물로 몰아가
이기적 사회에 ‘방아쇠’
시민일보
| 2004-06-09 20:08:18
오는 6월18일 개봉하는 영화 ‘몬스터’는 지독스럽게도 비관적인 영화다.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의 주인공은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여섯 명을 총으로 쏴죽인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 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샤릴리즈 테론). 사랑, 신념, 시련 등 듣기에 좋아 보이는 이런 말들은 그녀에게 ‘엿같은’ 소리일 뿐이다.
학대받고 자란 에일린은 생계를 위해 13세때부터 거리의 창녀로 나선다.
이 십대 매춘부가 추악한 괴물로 변해가기까지는 이 영화와 함께 108분을 보낸 다음에야 공감하게 된다.
사실, 몬스터(괴물)라고 불리는 이 여자보다 더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끔찍한 것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간들과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사회며,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이웃들이다.
영화는 1989년 어느 비내리는 날 시작된다. 이날 따라 종일 자살을 생각했던 에일린이 죽지 않은 것은 그녀가 막 매춘으로 벌어들인 5달러 때문이다. “어떻게 번 돈인데…. 돈을 쓰고 죽어야지….” 한 술집에 들른 그녀는 그곳에서 이제 막 미성년자 ‘딱지’를 뗀 듯한 어린 동성연애자 셀비를 만난다.
먼저 접근해 온 것은 에일린이 아닌 셀비. 둘은 연인사이로 발전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문제는 이들에게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에일린은 비용 마련을 위해 매춘을 하다가 남자의 변태적인 폭력에 맞춰 살인을 저지른다.
첫번째 살인은 그녀에게 죄책감을 가져다주기보다 매춘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줬다.
스스로 느끼기에 그녀는 가해자라기보다 피해자였던 것.
이제 에일린은 이력서도 쓰고 옷차림도 바꾸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글도 못쓰고 학벌도 없는 매춘부에 대한 세상의 조롱뿐이다.
게다가 그저 놀고 즐기기만 좋아하는 철없는 애인 셀비는 불평만 늘어놓을 뿐, 이러다가는 그녀를 떠나버릴 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밤거리에 나선 에일린은 첫번째 사람을 죽일 때처럼 매춘을 원하는 남자들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는 일을 반복한다.
에일린이 더 불행해 보이는 것은 경찰에 붙잡힌 다음이다.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애인 셀비마저도 배신을 하고, 세상은 그녀를 세상에 둘도 없는 괴물로 몰아간다.
영화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사는 에일린의 의도와 달리 그녀가 마치 범행을 자백한 것처럼 재판정에서 증언했다. 게다가 마을사람들과 경찰, 심지어 그녀의 어머니까지 매스컴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돈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영화가 개봉된 뒤 화제의 중심에는 여주인공역을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의 변신이 있었다.
과장된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없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인물의 행동보다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연기력 덕분이다.
‘벨로시티 룰즈’(Velocity Rules)를 만든 여성감독 패티 젠킨스 감독의 두번째 영화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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