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흔들기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4-06-21 19:29:05

{ILINK:1} 정치권의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튀고 있다.

피해의 당사자는 바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다.

박 대표는 어제 의원총회 인사말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지난해 법 통과과정에 우리 실책이 컸다”면서 “국가 중대사를 놓고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나 의견수렴,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갖지 않았다”는 입장을 토로한 바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진퇴양난의 입장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어서 빨리 당론을 밝히라는 청와대나 여당의 압박보다 그녀의 고민을 키우는 것은 백가쟁명식 요구가 난무한 당내 반발 기류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나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투표론이 사실은 박 대표를 겨냥한 칼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당내에서 국민투표론으로 박 대표를 흔들고 있는가.

단적으로 말한다면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 소위 한나라당내 ‘3선 강경파 3총사’ 그룹이다.

홍준표 의원은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당론하나 결정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홍 의원은 “폐기법안 제출은 한나라당이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리당략을 떠나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며 “부결되더라도 국민투표 요구는 계속해야 한다”고 박 대표를 압박했다.

이재오 의원도 “우리가 지난날 우리들의 잘못을 정말 진솔하게 반성하고, 그 토대위에서 폐기법안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며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박 대표 한 사람의 대중적 인기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글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우면서 ‘반 박 대표’ 라인의 주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이 박 대표를 흔들어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박 대표를 한나라당의 적통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서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한나라당의 진골들은 박 대표를 차기 대권 후보로 예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 박 대표가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상황도 그다지 유쾌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의 자리가 여태 건재했던 것은 그녀를 대신할 카드가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의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혹 그가 한나라당 진골 그룹이 찾아낸 대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김문수 홍준표 이재오 등 3총사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한나라당 강경개혁파 주도의 당내 최대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는 오는 29일 이명박 서울시장을 초청, 토론회를 개최해 행정수도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세 확장에 나설 방침이라니 말이다.

이들의 대권다툼이 조용히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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