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見聞’을 열어라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4-07-12 20:13:39
“이제는 좀 잠잠해지지 않았습니까?”
대중교통개편 파동 이후 고초를 겪고 있는 이명박 시장에 관한 ‘안티분위기’를 타진하는 한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의 국민성을 빗대 흔히들 ‘냄비근성’이라고 자조한다. 실제로 우리사회는 아무리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사건이어도 며칠만 요동치면 언제 그랬냐 싶게 까맣게 잊기 일쑤인 것이다.
때문에 그동안 예비 대선 주자로서 주가를 올리던 이 시장이 암초에 걸린지 12일째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그만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좀 이상하다.
지난 1일 대중교통개편을 기점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반이 시장 정서 기류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라앉기는커녕 급기야 12일에는 서울지역의 공무원노조 구성원들까지 “우리는 이명박 시장이 지난 취임부터 한 일을 알고 있다”며 이 시장의 소환퇴진 운동에 가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다름아닌 이 시장과 한솥밥을 먹는 사이다. 단순한 집안식구 개념이 아니라 이 시장은 이들 전체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기도 하다. 治國의 야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修身齊家는 필수 사안 아닌가.
이는 이 시장의 리더십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시장은 공무원노조의 지적을 가벼이 여기지 않길 바란다.
자칫 ‘호미’가 필요한 곳에 ‘가래’가 동원될 수도 있다.
한 집 식구인 만큼 그들 공무원노조는 누구보다 서울시정의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고 그런 만큼 이번 노조의 퇴진요구 동참 움직임은 이 시장에게 다른 무엇보다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그들은 이 시장의 서울시장 취임 이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일부 표현에서 과격하긴 하지만 이들이 지금 잘못된 시정사례로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 시장을 질타하는 내용은 틀리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시장에게 닥친 오늘 날의 난관이 민심을 수렴하지 않고 독선적 행태로 일관해온 업무스타일에서 비롯됐으며 공무원조직조차도 일찌감치 예견했다는 내용은 이 시장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장은 엊그제 사과 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지하철 정기승차권’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역시 현재 여러 논란을 낳고 있고 임시방편용에 불과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시장이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시정의 문제점을 보고 들으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의 개인전유물이 아닌 1천만 서울시민과 4만5천 서울시 공무원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다”
어려움에 처한 이 시장이 곰곰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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