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지지층의 분화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7-20 19:14:43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층이 급격히 분화하고 있다.
아마도 노무현식 개혁에 대해 실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만 해도 노 대통령의 지지층은 좌우로 넓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좌파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최근 속속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요즘 노 대통령 지지층의 헤게모니는 우파가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들은 자신의 보수성을 노 대통령에게 전가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며, 상당부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결정된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이런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내지 않았는가.
게다가 고(故) 김선일씨의 죽음을 초래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이라크파병 강행은 좌파지지층으로 하여금 견디기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실 노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서는 상당수가 명분 없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우리가 군(軍)을 파병할 이유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런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지지층 분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에 하나는 17대 국회 개원 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행태다.
지지자들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기껏 과반의석의 힘있는 여당을 만들어줬는데 개혁은커녕 구태만 답습하고 있으니 어찌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 말대로 ‘길 가다 지갑 주은 격’ 아니겠는가.
기득권층의 기득권 수호를 위한 방편으로 진행된 대통령탄핵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 4.15 총선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이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탄핵가결 세력에 대한 심판을 노 대통령이나 여당의 지지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이라크 파병강행결정이나 분양원가 공개방침 후퇴 이후 ‘조선일보’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로부터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러고도 지지층이 그대로 남아있어 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필자는 그나마 노 대통령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있기에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자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찬성한다. 하지만 속도를 늦춰야 한다. 국민합의를 이끌어 내기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라크 파병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필리핀과 태국의 경우를 보고도 파병을 철회하지 못한다면 필자는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음이다.
아울러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방침의 후퇴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이는 필자의 생각인 동시에 지금 속속 분화하고 있는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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