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연합군 파병 무산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8-03 19:34:29
{ILINK:1} 시민들의 파병반대 단식투쟁에도 불구하고 끝내 파병이 강행되고 말았다.
이미 민주노총의 이수호 위원장과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가 단식농성에 돌입했으며, 한상렬 통일연대상임대표 등 주요인사들도 속속 단식에 동참하고 있는 마당이었다.
지난 달 27일 오후 8시에는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무려 185명이 단식참여를 결의했는가 하면, 전국 각지에서 단식에 동참한 시민들 수가 500여명을 헤아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전쟁의 아픔을 느껴본 나라에서 남의 전쟁을 위한 파병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단식 참여자들의 말이다.
급기야 어제는 열흘남짓 단식을 감행한 한상렬 통일연대 대표가 파병반대집회 도중 경찰의 강경 진압에 밀려 실신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렇듯 단식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라크 파병저지가 자신의 생명을 내세워야 할 만큼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물론이다.
떳떳하지 못한 전쟁인 까닭이다.
그러나 축복받지 못한 파병은 강행됐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휴가를 가고, 그 사이 젊은 병사들이 이라크로 보내졌겠는가.
노 대통령은 ‘김선일’이라는 젊은이가 이라크 현지에서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무장단체에 인질로 잡혀 그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도 미련하게 “파병방침 변함없다”고 공언해 그를 사지로 몰아넣은 바 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우리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를 예측한 때문이었다.
만일 노대통령이 필자의 남북연합군 파병을 제의를 받아들였더라면, 최소한 국제적으로 파병연기 명분은 얻을 수 있었을 것 아니겠는가.
야밤도주하듯이 그렇게 우리 젊은이들을 파병시키지 않아도 됐을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필자의 제안을 외면함으로써 결국 ‘침략파병 선봉에 선 노무현 정권’이라는 오명을 역사에 남기고 말았다.
이라크파병이 중동현지의 전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동북아시아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점에서 필자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에 옮겨지고 있는 미국의 거대한 전쟁준비를 우리는 충분히 목도한 마당이다.
미군 동북아 사령부의 등장, 일본 자위대의 신속배치군화, 한반도 주둔 미군의 전력 강화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다음은 한반도가 미군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는 징후일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노대통령은 파병에 앞서 남북연합군 파병을 북과 미측에 제의했어야 옳았다.
최소한 시간벌기 작업의 일환으로라도 그런 성의는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니었겠는가.
이런 점에서 남북연합군 파병의 무산은 너무나 아쉽다.
이제 파병반대 운동이 철군운동으로 비화되면 운동의 불길은 더욱 거세질 터인데, 과연 노대통령은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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