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法광고물 이색전시회 오는 10월 연다
서울시의회 안준희씨 7개 자치구서 3개월간 1톤가량 수집
시민일보
| 2004-08-09 19:38:11
지난 3개월간 퇴근 전후 차를 끌고 집이 있는 서초구 등 7개 자치구에 포진한 불법 광고물 제거작업을 홀로 벌여온 안준희(44·여·서울시의회 공보실)씨가 불법광고물 전시회를 연다.
안씨는 ""그동안 자동차 앞유리에 끼워져 있거나 전봇대에 붙어 있거나 또는 고무튜브로 세워져 있던 광고물을 떼 온 것을 모두 모아놨더니 대략 1t 가량이나 된다""면서 “아파트 지하실이 꽉 찰 정도""라고 말했다.
대리운전부터 `오빠 전화해' 같은 문구가 적힌 성인 명함판 광고물, `중국ㆍ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등 그가 수거한 불법 광고물의 내용과 형태도 가지가지다.
안씨가 불법 광고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이 끝나면서 부터다.
월드컵 당시 그 어느 때보다 깨끗했던 서울 시내 거리 곳곳은 월드컵이 끝나자 하루가 다르게 거대한 광고판으로 변했다는 것.
안씨는 보기 싫고,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불법광고물을 없애는 데 시와 구가 나서줄 것을 요청했지만 방치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한다. 설사 수거해 가더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새로운 광고물들이 붙어있곤 했다.
참다 못한 그는 오전 6시30분부터 출근 전 두 시간 반 가량, 또 퇴근 후 자정까지 승용차나 빌린 트럭을 이용해 직접 불법 광고물 실태파악과 수거에 나섰다.
디지털 카메라와 주머니칼에서 1.5m 장칼까지 광고물을 떼내기 위한 장비를 자동차에 싣고 다니는 안씨는 최근에는 시비꾼들을 잠재우려고 작업복까지 마련했다.
안씨는 “날마다 광고물을 떼러 다니니 처음에는 보통 크기였던 대리운전 현수막이 며칠 새 12m짜리 대형 현수막으로 바뀌었고, 전봇대에 부착되는 광고물도 손이 안 닿는 곳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갈수록 필요장비가 늘고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현장에서 광고물이 부착된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수거한 광고물들을 폰팅 등 음란성, 대리운전, 신용카드 안내 등 항목별로 분류했고 특히 음란성 광고물의 경우 전화번호를 모두 정리해 놓았다.
이런 노력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그에게 불법 광고물 전시회를 제안해 왔고, 오는 10월께 시청 앞 광장에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씨는 “시는 물론 경찰청에도 정리한 실태자료를 제출해 음란성 광고물에 대한 근원적인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불법 광고물 게재자에 대한 제재 강화, 불법광고물의 식별을 위한 대시민 교육 등을 정책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j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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