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졸한 강남 부자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8-11 20:28:35
{ILINK:1} 서울 강남구에서 시작된 재산세 감면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벨트 부자 자치구들은 이미 재산세 감면을 뼈대로 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여기에 양천구와 성동구가 가세했으며, 조만간 용산구도 가세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서울 양천구는 이미 고시된 재산세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한 조례를 최근 통과시켜 재산세 파동은 소급적용의 법적 타당성을 묻는 법리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조세저항 움직임은 급기야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이미 구리시와 성남시 등은 조세감면안을 의결한 상태며, 성남은 경기도의 재의요구를 거부하고 환급을 강행할 뜻을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가.
재산세 감면 파동은 정부가 건물분 재산세 산정방법을 면적기준에서 ‘시가’가 반영된 국세청 기준시가에 의한 가감산 방식으로 바꾸면서 비롯됐다.
아파트 평수가 같을 경우 서울 강남이나 지방 소도시 아파트나 동일한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방침에 서울 강남구가 ‘재산세 감면’이라는 맞대응 카드를 꺼내 놓으면서 재산세 감면 파동이 발생했다.
현행 지방세법에 의하면 자치단체장이 조례를 통해 재산세율을 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악용한 것이다. 지난 5월20일 시작된 강남구 재산세 감면 파동은 급기야 ‘도미노’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강남구의 결정이 타 자치구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 때문이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다함께 관악산 정상에 가면 마음대로 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올라가는 와중에 중간 정도 와서 강남구가 ‘마음대로 해야겠다’며 정상에 못 가겠다고 버틴 것이다. 다른 구청들이’ 강남구가 대열에서 이탈해서 잘 노는데, 내가 왜 가야 하느냐’는 식으로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열이 사분오열돼 정상에 못가고 있는 것이다.”
김대영 행자부 지방세제국장도 이번 파동의 주범을 강남구로 지목했다.
한마디로 ‘강남은 깎아주는데 우리 자치구는 뭐하냐’는 민원 때문에 이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에서 정한 재산세 인상률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비분강개하고 있는 강남구 부자들의 주장은 과연 옳은 것인가.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한마디로 너무 치졸하다. 물론 정부의 10·29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재산세가 대폭 인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재산세는 자동차세보다도 적은 몇십만원이 고작이었다.
설령 몇 배가 오른다고 해도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강남부자들이야말로 사실은 부동산 폭등의 최대 수혜자 아닌가.
그런데 서민복지향상을 위해 세금을 좀 더 내자는 걸 그토록 기를 쓰고 반대한단 말인가.
에이 치졸한 양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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