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오 빌라도의 政治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8-23 18:23:29

{ILINK:1} 성경에 예수의 박해자로 ‘본디오 빌라도’라는 로마 총독의 이름이 거론된다.

기독교인들이 암송하는 ‘사도신경’에도 빌라도는 ‘예수에게 고난을 준 자’로 묘사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이를 논(論)하기에 앞서 빌라도가 어떤 인물인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터어키의 성 소피아 사원에 소장돼 있는 ‘빌라도 보고서’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이 젊은이(예수)는 선동적이거나 반항적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보호의 손길을 그에게 뻗쳐 주었습니다. 그는 자유롭게 행동하고 말했으며, 사람들을 모아 연설하거나 또 제자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서 어떤 관청의 제재도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우리 조상의 종교는 예수의 종교로 대치될 것이며, 이 숭고한 관용의 종교는 로마제국을 허망하게 붕괴시킬 것입니다.”

이 보고서처럼 실제로 빌라도는 예수를 적대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를 보호하려고 무진 애를 썼을 뿐만 아니라, ‘예수의 종교(기독교)에 의해 로마제국이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성경과 사도신경은 빌라도를 예수의 박해자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닌가. 그렇다면 성경의 오류(誤謬)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은 분명히 빌라도의 책임인 까닭이다.

당시 부유하고 권세 있는 기득권 세력들, 즉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를 증오했다.

예수가 그들을 향해 서슴없이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들은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음이 가득하다”고 힐난했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빌라도에게 항의했다.


예수가 민중을 선동하고 있으니 그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빌라도는 이들의 항의가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빌라도는 유대왕 헤롯이 이들 기득권 세력과 결탁, 자신의 군대를 공격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실제로 당시 빌라도에게는 백부장 한명과 그가 거느린 군사가 고작이었다.

빌라도가 시리아의 사령관에게 편지를 보내 100명의 보병과 될 수 있는 데로 많은 기병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고 말았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헤롯이 폭동을 일으킨다면 그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유대 기득권세력들의 요구에 굴복, 결국 예수를 그들에게 내어 주고 말았다.

비록 그가 직접 예수를 박해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기득권 세력에 굴복하고, 혁명가 예수의 핍박을 모른채함으로써 그는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되고 만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을 포기한 빌라도의 정치는 실패한 정치다.

개혁 세력이 기득권 세력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외면한 빌라도의 정치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의 정치다.

행여 오늘날 우리 정치인들이 빌라도의 정치를 답습하고 있지나 않는지, 필자는 그 점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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