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불신 극에 달해

러 네모프 완벽연기에 또 낮은 점수

시민일보

| 2004-08-24 18:03:16

‘체조 심판들의 채점은 더 이상 못믿겠다.’

아테네올림픽 남자 체조 양태영(경북체육회)의 채점 오류로 체조 심판들의 권위가 땅에 추락한 가운데 급기야 외국 관중까지 합세한 분노가 폭발했다.

24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개인 결승 경기가 열린 올림픽인도어홀.

미주지역 중계방송 시간에 맞춰 늦은 밤 진행되던 철봉 결승 경기가 갑자기 중단됐다.

사건의 발단은 심판들이 시드니올림픽 2관왕 알렉세이 네모프(러시아)의 연기에 매긴 점수 때문.

거의 완벽하다 싶을 정도의 연기를 펼쳤는데도 전광판에 9.725가 찍히며 3위에 그치자 인도어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듯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야유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외쳐댄 ‘우~’ 소리가 체육관 천장까지 굉음으로 변해 쩌렁쩌렁 울려퍼졌고 팔을 내밀어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향하는 야유의 손짓까지 한동안 계속됐다.

다음 연기 차례를 기다리던 폴 햄(미국)은 야유가 가라앉지 않자 어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봉을 잡지 못했다.

경기가 중단된 시간은 무려 8분30초. 심판진은 배심의 판정에 따라 네모프의 점수를 9.725에서 9.762로 높여 다시 전광판에 새겼지만 한번 불붙은 팬들의 공분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관중들의 마음 속에는 심판진이 우승 후보 중 한명인 네모프의 점수를 깎아 개인종합 결승 때와 마찬가지로 햄에게 다시 금메달을 안겨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작용한 듯 했다.

그러나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네모프는 오히려 여유있게 자리에 앉아 박수를 쳤고 햄이 어쩔 줄 몰라 하자 매트 위로 올라가 팬들에게 야유를 중단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는 스포츠맨십을 발휘했다.

햄이 간신히 철봉에 매달려 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일부 팬들의 야유는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햄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연기를 마치고 이고르 카시나(이탈리아)와 같은 9.812를 받았지만 동률 배제 원칙에 의해 카시나에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경기전에 메달 이미 결정”


네모프 경기후 소감
`러시아의 체조 스타’ 알렉세이 네모프는 24일 남자 기계체조에서 철봉 경기를 마친 뒤 “모든 것이 사전에 결정돼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또 한차례 체조 오심을 주장하고 나섰다.

시드니올림픽 2관왕인 네모프는 이날 심판판정으로 관중들이 흥분하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등 소동속에 5위로 경기를 마친뒤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 난 적어도 동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항변.

그는 “마지막에 약간의 실수를 범한 것이 나를 떨어뜨리려는 심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주장.

이날 심판진은 네모프의 연기에 대해 처음 9.725점을 줬다가 관중들의 항의가 빗발쳐 경기가 중단되는 등 소동을 빚자 9.762점으로 점수를 올리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양태영 심정 이해하지만…”

美체조 햄 심경고백
심판 판정 잘못으로 양태영의 금메달을 목에 건 폴 햄(미국)이 양태영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햄은 23일(한국시간) 아테네 올림픽 인도어홀에서 벌어진 남자 기계체조 철봉에서 2위에 오른 뒤 언론과 인터부에서 “양태영이 겪고 있는 실망감을 이해하고 느끼고 있다”며 “나도 그가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둘 다 훌륭한 선수이고 우리가 치른 경기에 대해 자긍심을 느낄 만하다”고 덧붙였다.

햄은 그러나 전날 기자회견에서와 같이 메달을 포기하는데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서 개인종합 타이틀을 따냈다고 믿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금메달을 내줄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다만 “국제체조연맹(FIG)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어떤 결정도 따르겠다”고 말해 만의 하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메달 공동 수상 등도 수용할 뜻임을 내비쳤다.

미국 언론조차 금메달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대해 햄은 “의견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라며 애써 여론에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미국체조협회의 로버트 빈센트 콜라로시 회장은 “양태영은 출중한 기량을 지닌 선수이고 경기에서 매우 훌륭한 기량을 선보였지만 불운한 선수”라며 “종목 이동이 있기 전에 (자신의 성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불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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