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眞情性을 믿는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8-26 20:47:12

{ILINK:1} “강남구 격려점수제는 인사권 횡포” (한겨레 26일자), 강남구 공무원 집단 行訴 (경향신문 26일자), “구청장 가산점은 인사횡포”(매일경제 26일자), 강남구 공무원 인사제도 반발… 집단 소송 추진 (KBS뉴스 25일자), 강남구 공무원 인사제도 반발… 집단 소송 추진(연합뉴스 25일자).

이 기사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강남구의 인사격려제가 ‘인사권 횡포’라는 공무원직장협의회 강남지부의 주장을 귀담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하지만 왜 하필 각 언론사가 동시에 이 사실을 보도하는 것일까. 이들 소속 언론사 기자들은 그동안 강남구의 ‘격려제’에 대한 폐단을 몰랐다가 이번에야 겨우 알게 된 것일까?

또 공직협 강남지부에서 이런 일이 추진되고 있음을 과연 몰랐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이들 언론보다 무려 일주일 이상 앞선 시점인 지난 17일자에 ‘權구청장 인사전횡 쐐기’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물론 본보 주요기사를 동시에 게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에는 16일자 사회면 메인기사로 올라갔다. 거의 열흘 이전에 이 기사가 보도됐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시청 출입기자단에서는 당연히 이런 기사가 보도됐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며, 따라서 기사의 중요도에 비춰볼 때에 이를 즉시 취재함이 옳았다.

그런데도 무려 열흘 가까이 묵혀 놓은 까닭이 무엇인가.

언젠가 시청 출입기자단 회식에 참석한 본보 기자는 S일보 기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내 딴에는 무척 신경을 써서 취재했는데, 데스크로부터 시민일보 기사를 베껴 썼다는 핀잔만 들었다. 사실 그 때에는 시민일보에 그 기사가 보도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로부터 모 구청장 부인의 해외나들이 경비가 구 예산으로 집행됐다는 제보를 받고 우리가 기사를 썼는데, 그로부터 사흘 뒤에 이 기자가 그 기사를 썼다가 데스크로부터 핀잔을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S일보 기자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믿는다. 설령 알았다고 해도 뒤늦게나마 그 사실을 보충취재해 보도한다면, 그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기자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S일보와 K일보만 보충취재를 했을 뿐, 다른 언론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도대체 어찌된 노릇인가.

필자는 출입기자단과 출입처와의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치 담합이라도 하듯이 동시에 진실을 외면하거나, 거의 동시에 기사화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자의 진정성을 믿는다. 적어도 사이비 기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기자로서의 소명의식쯤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동승하기 위해서라도 기자들은 지금 즉시 그 소명의식을 발휘, 출입처와의 더러운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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