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동의 해명 있어야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4-08-29 20:04:28

“다 아는 얘기지만 ‘국민행동’ 내부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잖아요. 정권 퇴진이냐 규탄이냐 갈라져서 내부 갈등도 있었고 행사만 했던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파병반대 투쟁 과정에서 이러저런 의심가는 부분들… 시간이 지나면서 실무자들이나 언론 등을 통해서 ‘국민행동이 이랬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말 섭섭하고 안타깝고 그랬죠. 정권 퇴진을 외쳤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예요. 대오각성해야 할 일이죠. 적어도 순수하고 충실하게 파병반대를 끝까지 외쳤던 사람들에게 국민행동은 사과했어야 합니다.”

이는 청와대 앞에서 36일째 ‘이라크파병 참회를 위한 단식기도’를 하고 있는 한 성직자의 고백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이 성직자가 말하는 ‘국민행동’이라면,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단체로서 파병저지를 위해 무던 애를 썼던 바로 그 단체를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의심가는 부분이 있었다니, 더구나 순수하게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쳤던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사실 그동안 국민행동은 할 만큼 했다.

이라크 파병 부대인 자이툰 부대 본진이 비밀리에 출발하던 28일 아침 7시경 성남 서울공항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것도 그들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한총련 대학생 200여명과 함께 아침 6시부터 공항앞에서 파병을 저지하기 위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12명이 공항 진입에 성공했으나, 곧 현장에서 긴급 연행되고 말았다. 물론 20분 뒤 풀려나기는 했으나 그 고생이 여간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몸싸움으로 파병을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그들의 말이다.

그런데 ‘흑막(黑幕)’이라니 이해하기 어렵지 않는가.

하지만 성직자가 허튼 소리를 할리는 없을 것이고, 분명히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인데, 그 실체가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답답할 노릇이다.

더구나 한 언론인은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하면 이른바 ‘주류’ 또는 ‘이름 있는’ 시민단체들이 현 정부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과감하게 비판하기보다는 미국 탓, 수구세력 탓 또는 정부 안의 친미라인 탓으로 돌리며 변죽만 울린다고 느껴졌다”며 “심하게 말하면 ‘노 대통령님, 파병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읍소형’ 운동으로 전락하고 있는 듯 보였다”고 질타하고 있는 마당이다.

필자는 이라크파병 저지를 위해 무진 애를 써 왔던 사람이다. 물론 본란을 통해서도 수차에 걸쳐 국민행동의 반대운동을 지지해 왔다.

그런데 여기에 흑막이 있다면, 필자는 결국 국민행동의 농간에 놀아난 것 아니겠는가.

그 배신감을 어찌할 텐가.

필자는 국민행동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그러자면 이런 의구심에 대한 국민행동 측의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해명을 기다리겠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