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나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9-02 19:55:46
{ILINK:1} 어떤 트집 잡기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 시민일보를 향해 이렇게 비난했다.
“시민일보가 왜 창간 10주년이냐. ‘시민일보’라는 제호로 발행 한 것은 3년밖에 안됐으니까 이제 3주년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호를 바꾼 지는 3년 됐으나, 창간한 지는 이미 10년째입니다.”
그래도 수긍을 하지 않자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서울신문’에 가서 ‘대한매일’에서 제호를 바꾼 지 1년밖에 안됐으니, 창간 1주년이라고 해야 한다고 말해보시오. 그들이 당신 주장을 받아들이면 우리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피했다.
아마도 그가 필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서울신문’에서 그렇게 말했다가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사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그 사람이 새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문제호도 마찬가지다. 제호를 바꾼다고 해서 신문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바꾸면 본질마저 바뀌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국보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라는 이름만 붙였을 뿐, 본질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는 더욱 강화된다. 앞으로 통일을 위해 교류협력법의 적용이 확대되면서 국가보안법이 자연스럽게 없어지겠지만 그때까지는 체제 수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2조 정부참칭 조항은 그대로 유지시킨다. 헌법 제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삭제하면 정통성을 부정하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반인륜적’이라고 지탄받는 10조 불고지죄는 민법상 친족까지 적용키로 하고 있어 무엇이 개정됐다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엊그제 한나라당은 내년 1월 새 당명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칭 ‘당 선진화추진위’를 구성, 오는 11월 당명 개정과 당 개혁방안 시안을 마련한 뒤 12월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확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미 선진한국당, 선진개혁당, 21세기선진당, 선진당, 미래당 등 몇 가지 새로운 당명이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이들 이름에 ‘선진’이니, ‘개혁’이니, 혹은 ‘미래’니 하며 그럴 듯한 단어들이 들어가 있으나, 실제로 한나라당이 그렇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민은 한나라당의 당명보다 실체의 변화여부에 더 관심이 많다. 당명이야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떤가.
따라서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꾸기 위해 애쓰기보다 ‘수구’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첫번째 관문이 바로 국보법 개·폐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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