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반대 御用관제시위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9-16 20:08:35

{ILINK:1} 행정수도이전을 둘러싸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贊反)논란이 한창이다.

바로 오늘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적극 참여하는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운동본부는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박계동 의원 등 수도권 지역 출신 한나라당내 수도이전반대파 의원들과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 의장 및 서울·경기지역 기초의회 의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행정업무와 아무 관련성이 없는 이 출범식에 직원들을 강제동원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지금이 어느 땐데 어용(御用)관제시위를 획책한단 말인가.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어제 수도이전 추진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사람들이다. 이들 두 단체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 여당은 국론분열을 가중시키는 행정수도이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물론 범국민운동본부 발대식에 앞서 이해 당사자인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성명을 발표한 것이라고 하니 필자는 이를 비난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무원들을 강제동원하는 식의 어용관제시위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서울시의 직원강제동원 지시는 일상 행정업무와 무관한 부당한 지시사항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는 그들로서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표를 날리는 수도이전이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수도이전은 막아야겠고, 그러다보니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자치구에서는 주민자치과를 통해 각 동장들에게 직원을 동원한 주민 강제동원을 지시했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자치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노조에서 “직원 여러분께서는 당당히 이를 거부하시기 바랍니다”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겠는가.

지금 필자는 수도이전에 대해 찬반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도이전문제는 상당히 중요하고, 진지하게 검토돼야할 사항이라는 점에서 이 시장과 손 지사의 주장에 필자 또한 공감하는 바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옳다고 해도 과정이 잘못됐다면, 그에 따른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 땐데 어용관제시위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지난 70~80년대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지곤 하던 “빨갱이를 때려잡자”는 대규모 어용관제데모의 망령이 2004년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너무나 섬짓하다.

과연 오늘,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출범식에 참여한 군중 가운데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은 몇이며, 강제동원된 시민은 또한 몇이나 되는 것일까.

모쪼록 수도이전반대 시위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더 이상 강압지시로 인한 강제동원 등 부당행위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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