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상자 2억’의 진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09-29 19:58:35

{ILINK:1} “시장에 당선되고 보니 돈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더라.”

안상수 인천시장이 자신의 동생에게 배달된 출처를 알 수 없는 현금 2억원을 지난달 30일 오전 시청 감사관실의 클린센터에 접수시키면서 남긴 말이다.

이날 안 시장은 “2년 전 시장에 당선된 뒤 대략 30여회의 금품 제공 제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중국 방문 직전 지인들이 모아준 5000달러도 함께 신고했다고 한다.

속된 말로 돈이라면 환장하는 요즘에 이 정도의 청렴한 공직자 모습이라면 주민들로부터 칭송받아 마땅하다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엉뚱하게도 ‘굴비상자 2억’의 불똥이 안 시장에게로 튀고 말았다.

사실 수사당국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부터, 그것도 아주 노골적으로 안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우선 안 시장은 2억원의 거금을 자신이 ‘슬쩍’한 것이 아니라, 바로 비서들을 통해 시 클린센터에 신고했다. 따라서 수사당국이 처음부터 안 시장을 의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자칫 청렴한 공직자를 의심하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에는 경제자유구역개발사업과 택지개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등 대규모 지역사업이 잇따라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사업에 욕심을 내는 건설업자들의 뇌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설령 업자가 안 시장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시도하려 했더라도, 안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상, 그것이 죄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안 시장이 업자를 만나는 것도 죄라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금품로비를 시도한 업체는 지난 2001년께 모 업체를 인수하면서, 인천지역 연고업체로 옮기기 위해 올해 5월 인천 남동구 간석동으로 계열사의 본사를 이전시키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고 한다.

굴지의 업체가 관내로 연고를 옮기겠다고 하는데 시장으로서 그 업체 대표를 못 만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따라서 단순히 업자를 만났다는 것만으로 그를 의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물론 안 시장은 보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업자를 만났어야 옳았다. 그러나 그의 현명하지 못한 처사를 지적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죄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 필자는 안 시장을 두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 역시 시민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굴비상자의 진실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특히 업자의 경찰진술 내용과 안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모두 오락가락하고 있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안 시장은 죄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현재까지는 청렴한 공직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수사당국은 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 문제를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라도, 그의 무고함이 뒤늦게 밝혀질 경우 어느 공직자가 안 시장처럼 뇌물을 자진해서 신고하겠는가. 필자는 이점이 너무나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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