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 세우는 초석, 개혁법안
최 재 성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4-09-30 20:18:03
{ILINK:1}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공기가 옷깃을 파고들며 제법 가을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빛 들녘에서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봄 여름, 긴 시간동안 흘린 땀방울이 알알이 영근 곡식이 되어 농부들의 품안에 가득 담길 것을 생각하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여의도의 국회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9월1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친일진상규명법개정, 언론개혁입법, 사립학교법개정 등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법안은 역사적 관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중차대한 현안들이다. 이러한 개혁법안이 통과되어야만 굴곡진 우리 역사를 올곧게 바로 세우는 초석이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개혁국회로 평가받는 17대 국회에서 이 같은 개혁법안들의 논의장이 마련된 것은 열린우리당을 원내1당으로 만들어준 국민들의 열망에 바탕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주요개혁법안을 하나씩 살펴보자.
한나라당이 폐지반대에 목을 매며, 집착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군사독재정권시대를 대변하는 낡은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인 국보법’은 군사독재정권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대표적인 구시대 악법이다. 나 또한 이 법에 의해 투옥된 경험을 갖고 있어 폐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나의 생일이 음력대신 양력인 9월9일(북조선인민공화국 창립일)로 한다는 것까지 꼬투리를 잡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유람선을 타고, 한번에 수천 명씩 금강산을 관광하고,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는 시대에 국보법의 존재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한나라당에서는 마치 국보법이 폐지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현재도 이미 국보법은 유명무실한 상태고,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형법에 대체조문으로 삽입하면 그만이다. 남북화해와 협력의 시대에 구시대의 악법을 두고,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소모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이미 지난 16대 국회에서 논의를 거쳤지만, 입안과정에서 당시 거대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난도질로 누더기가 된 친일진상규명법의 개정 또한 역사바로세우기의 가장 큰 뼈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해방 이후 한번도 역사청산을 하지 못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일제에 협력하고, 독립운동을 탄압하던 일제 앞잡이들이 해방 이후에도 기득권세력으로 권세를 누리고, 군사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기세 등등한 모습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에 반해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대부분 어려운 형편에 시달리고 있다는 현실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잘못된 역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반드시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는 것은 세계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언론개혁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언론은 과거 독재정권시절 권력에 의해 억압당했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반면, 권력과 유착, 국민을 호도한 전력도 있었다.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현재상황에서는 ‘족벌언론’으로 지칭되는 일부 언론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세우며 여론을 호도하는 등 역기능적인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시장경제체제에서 언론사도 사주 개인의 소유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의 역할과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언론사는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주 개인의 1인 지배아래서 잘못된 여론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편향된 시각을 전파하고 있는 것은 분명 언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자세이다. 게다가 불법경품 등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들 언론사가 언론시장을 장악한 현재 상황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구 선진국에서도 언론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감안, 언론자유는 보장하면서도 공정성과 공익추구라는 본래의 의미를 잃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른바 ‘밤의 대통령’으로까지 불리었던 언론권력의 제자리 찾기 또한 17대 국회의 막중한 책임중 하나인 것이다.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인 내가 가장 애착을 갖고 직접 추진하고 있는 개혁법안이 사립학교법 개정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궁극적으로 사학의 자주성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해 건전사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비리사학은 교육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최소한의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국가보안법폐지, 친일진상규명법개정, 언론개혁, 사립학교법개정 등 개혁법안은 더 이상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본 바탕이 되는 제도들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 톨 한 톨 정성껏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신심을 다해 이 법안들이 올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후세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번 가을 나에게 맡겨진 소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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