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법’ 흠집내기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10-05 19:59:50

{ILINK:1} 우리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뿌리뽑기 위한 강력한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윤락행위방지법 위반자 2명 중 1명이 윤락행위방지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이는 오랜 관행인 `업주 봐주기식’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이 고사 직전에 처한 상황에서 `생존권’을 외치며 죽자사자 항의하는 업주들에게 `외칠 기회’마저 빼앗았다가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들의 시위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검경의 이 같은 모습은 성매매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부족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성매매 방지법’을 흠집 내려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집장촌 업주들의 입장을 은근히 두둔하는 듯한 보도를 하는가 하면, 일부 언론은 성매매 방지법 반대 시위에 나선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포주들에 의해 ‘강제로 동원’됐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시위에 나선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선정적으로 부각시키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아예 노골적으로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성매매 방지법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심한 언론도 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지난 2일 성매매 피해 여성인 박모씨가 성매매 업소의 갈취와 협박에 고통을 당하다가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말았다. 이 여성의 안타까운 죽음이야말로 성매매 방지법이 성매매 피해여성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건 아니겠는가.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 여성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고액 월급을 미끼로 내건 유흥업소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그녀는 ‘성매매 노예 법칙’을 그대로 따라야 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유흥업소 업주가 진 빚 1000만원의 보증을 설 수밖에 없었고, 터무니없는 이유로 100만원에 이르는 벌금까지 내야만 했다. 그렇다고 업소를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었다. 견디다 못해 그녀는 결국 전깃줄에 목을 매고 말았다.

이 가슴 아픈 사연은 비단 박씨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성매매 피해여성 대부분이 흡사한 사연을 안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생존권을 운운한다거나, 실효성 등을 의심하면서 성매매 방지법에 흠집을 내는 논조의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인이 있다면, 그는 분명 미친 사람일 것이다.

물론 그런 논조의 사설이나 칼럼을 버젓이 지면에 발행하는 언론 역시 정당한 의미에서의 언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로 성매매 피해여성을 업소에 그냥 방치하자는 뜻이 아니라면, 언론은 더 이상 성매매방지법에 흠집내는 기사를 작성해서는 안된다. 물론 검경은 차제에 성매매 근절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 집장촌에 모여 ‘생존권’을 외치는 성매매 피해여성 대부분은 업주의 강요에 동원된 우리의 딸들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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