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지혜

제 종 길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4-10-07 19:45:46

국회 의원회관 7층에서 내려다보는 아침 서울의 하늘은 어둡고 칙칙하기 만하다. 동향임에도 불구하고 8시가 되어도 맑은 햇살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맑은 햇살을 보기 어려운 이유가 안개 때문은 분명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스모그현상으로 대기 오염물질이 만들어 낸 이상 대기를 통해 도시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에 많이 나타나는 광화학스모그라는 것인데 자동차배기가스가 주요 원인이다. 대기 중에서 형성되는 오염물질은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식물 등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서울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오염도로 볼 때 OECD 국가의 주요도시 중 대기환경이 가장 나쁜 곳이다. 환경부 보고 자료에 의하면 서울에서는 연간 약 2000명이 미세먼지에 의해 사망하며, 이대로 가면 2020년에는 4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비용이 연간 1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환경에 관한 해결의 핵심은 환경문제는 법의 제정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법의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실천하고 이를 확대시켜야 하는데 있다.

환경에 관한 한 국회의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국회는 법을 제정하는 입법 기관이므로 이곳에 일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환경입법 내용에 대한 실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린국회를 만들어 가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인 동시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는 실질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실천을 통해 믿음을 주는 국회를 만들기를 희망하며, 그 작은 실천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린국회 금연 준수에서 부터

초선 국회의원으로 국회 의원회관에 처음 입주해서 가장 놀란 점은 국회의원과 보좌관, 국회 직원, 기자 그리고 방문객 모두가 작은 규칙이나 법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히 의원회관에서는 금연빌딩의 구호가 무색할 정도 흡연이 만연화 되어 있다. 의원회관은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한 명백한 금연빌딩이다.

흡연과 그 잔존물은 회관을 지저분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실내공기의 악화는 야기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상에서 법을 준수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많은 서민들이 보기에 일하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작지만 위법 사항들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국회가 아닌 일반 금연빌딩에서 많은 근로자를 포함한 경영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지키고 있는 사항임을 감안한다면 국회 상황은 분명 문제가 된다.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대기환경의 원흉이 자동차인데 자동차 이용을 가능한 자제하고 적어도 국회 내에서는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하는 의원을 본다면 이 또한 반환경적인 행동으로 여길 것이 틀림없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걷기를 일상화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0일에 한 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동차 10부제에 맞추어 자신의 차량번호 끝번호가 들어간 날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자.

▲환경생활 실천으로 신뢰받는 국회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회의 때마다 수많은 일회용 컵이 쓰여 지고 버려진다.

이렇게 쓰이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 컵이나 캔 음료 등도 약간의 지혜만 발휘하면 편리성과 필요성에 더불어 환경실천도 달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의 경우도 일회용 컵의 사용을 제한하여, 현재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들도 일회용 컵의 사용을 자제하자.

커피 자판기의 경우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컵을 가지고 오면 가격을 깎아 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떨까한다. 또 사무실에서 자신이 쓰는 컵의 정해놓고 사용하자.

국회는 외부에서 보기보다는 녹지공간이 많으며 공원처럼 조경이 잘 되어 있다. 농업전문가인 동료 의원에 따르면 대다수 조경수가 우리나라 산이 아니라고 한다. 아직 분명하게 확인된 것이 아니지만 국회 광장에 식수 또는 조경에 사용된 나무 중에 다수는 우리 자연을 상징하는 나무들이 식수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회와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노력하며 일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쌓아가지 못하고 있다. 신뢰는 큰 것 한 건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작은 것부터 노력해 나갈 때 가능한 일이다.

국회가 만든 법의 정신과 그 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작은 것부터 행동하고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신뢰의 벽돌이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뢰와 믿음의 시작을 그린국회 만들기로 첫 발을 내딛기를 제안하며 거창한 구호와 캠페인보다는 우리 주위의 쉽게 실천이 가능한 일과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일들부터 시작할 때 가능할 것이다.

즉, 국회 내에서 걷기와 대중교통 십일에 하루 이용하기, 금연빌딩에서 금연하기, 우리나무 찾아 심기, 일회용품 줄이기, 플랑카드 설치 고정대 만들기 등 찾아보면 참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작은 일들을 실천하는 지혜로 그린국회로 만들어가며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국회가 되는 첫걸음을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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