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10-10 21:12:45
{ILINK:1} 행정수도이전 반대집회 독려 공문과 관련, 손학규 경기도지사가가 능숙한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한 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미숙한 대응을 하다가 위증혐의로 고발당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사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반대이전 ‘관제데모’ 논란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여야 모두 이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한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이다. 이 시장이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서울시의 관제데모와 주민동원지시 내용의 공문서 존재를 정면 부인하면서, “위조공문일 것”이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서울시는 여당이 이 문건의 실체를 확신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검토하자 뒤늦게 수도이전 반대집회에 주민들이 참석하도록 협조하라는 업무연락 문건을 일선구청에 보냈다고 시인하지 않았는가.
물론 이 시장은 “국감 전에 이를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그 답변이 옹색하기 짝이 없다. 국감장에 출두하기 전에 시장은 문제가 될만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옳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지역의 유일한 지방일간지인 시민일보가 ‘관제데모’ 의혹 기사를 제일 먼저 보도했는데도 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손 지사는 달랐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감에서 양형일 의원이 “경기도가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 발대식에 각계각층에서 대거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지원하라는 공문을 일선 시·군에 보냈다”고 주장하며 해당 문건을 공개했을 때, 그는 어떻게 답변했는가.
손지사는 “문서를 보낸 것은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도의회의 요청을 받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책임이 있다면 내게 있다”고 당당하게 나섰다.
물론 서울시나 경기도는 공통적으로 지방의회에 문서작성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대응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공문과 관련, 이 시장이 ‘위조공문’운운하며 발뺌하다가 뒤늦게 “서울시의회 요청을 받아 대행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은, 경기도가 애당초 “도의회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사실 경기도의 공문에 비해 서울시의 공문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시의 공문에는 수도이전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 행사참여 안내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행사 일시·장소와 행동지침 및 현수막 내용까지 소상히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 지사가 문서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 시장도 당연히 문서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만에 하나 문서의 존재를 진정으로 몰랐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이 시장이 당초 손 지사처럼 “의회의 요청에 의해 공문서를 보냈다”고 밝혔다면, 문제가 이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에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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