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보법대안에 실망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10-12 20:11:12
{ILINK:1} 열린우리당이 어제 국가보안법 폐지를 전제로 4가지 대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는 ‘악법정신의 존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오죽하면 언론개혁처리와 관련, ‘개혁공조’를 약속했던 민주노동당이 공조를 깨겠다고 으름장을 놓겠는가.
물론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지난달부터 국보법 폐지로 안보공백이 우려되는 부분을 형법 개정으로 보완할지, 대체입법으로 보완할지를 놓고 논란을 벌여왔던 우리당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천정배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보법을 폐지함과 동시에 국민의 안보불안을 없애기 위한 입법보안책을 마련했다”며 1개 대체입법안과 3개 형법보완안을 제시한 것도 그런 고민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국보법의 악법적 조항을 대체입법 또는 형법보완 형태로 이전·존치시키려는 것은 막연한 불안을 핑계로 스스로 인정, 시대적 과제를 피해가려는 비겁한 태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당은 국보법 폐지를 말하면서도, 사실상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현행 국보법의 이적단체 구성과 가입 행위를 처벌 할 수 없다는 냉전 수구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특히 형법보완 개정 2안은 북한을 `적국’에 준하는 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선언하는 법규정을 두고 어떻게 남북화해와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국가보안법은 찬양·고무죄 등의 조항으로 생각을 처벌해온 사상형법이었다. 이로 인해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했을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로 만들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우리당의 대안은 설득력이 없다.
국보법을 폐지하는 대신 5개조로 구성된 `국가안전보장특별법(가칭)’을 제정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대체입법안은 더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는 명칭만 바꾸었을 뿐, 국보법의 악법정신을 존속시키자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법 전문가들은 현행 형법으로도 국가안보를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신동운 교수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불안감”이라며 “형법에는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위 반국가단체의 목적규정을 이미 담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현행 형법과 형사특별법은 내란, 외환관련죄,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통해 반국가단체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당은 ‘과반 정당’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과감한 진보를 택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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