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용 구청장 자진사퇴를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10-14 19:57:19
{ILINK:1} 권문용 강남구청장의 선거법위반혐의에 대해 구 선관위가 지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20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둘째 딸의 결혼식을 치르면서 강남구 주민 등 1000여명에 가까운 하객들에게 6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하는 등 공직 선거에 관한 법률과 규칙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당시 결혼식장에 참석했다는 한 하객이 “강남구 관내에서 사업을 하는 업자와 직능단체장들을 결혼식장에서 많이 봤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지역주민들에게 돌린 청첩장이 상당량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구청장은 지역 구민 전체가 직무 관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에게 청첩장을 돌렸다면, 이는 사실상 강압적인 축의금 걷기나 다를 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구청장의 청첩장을 받고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간 큰 지역 사업가나 직능단체장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축의금을 들고 결혼식장을 찾아간 하객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강남구청 직원들로 하여금 현장에서 축의금을 받게 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강남구청의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인 월요일 오후에 구청장 자녀의 결혼식 행사, 즉 구청장 사적인 업무지원을 위해 동원됐다는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권 구청장은 어떤 형태로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만 한다.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그 결혼식이 초호화판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무수한 실업자들이 발생하고, 어르신들이 “살기 어렵다”며 자살하는 사건이 속출하는 이 때에 공직자의 자녀가 굳이 특급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려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그것도 단 몇 시간 쓰면 버리는 꽃 장식비용이 무려 900만원에 달한다는 보도는 차라리 분노에 가까운 울분을 토하게 한다.
그 음식비용은 또 얼마인가.
공직선거관리규칙에는 통상적인 범위안에서 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의 금액을 식사류의 경우 7000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7000원 정도면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의 식사값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1인당 식사비가 무려 6만원이나 하는 고급 음식을 하객들에게 제공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러고 나서 기껏 한다는 변명이 사돈이 모든 결혼식 비용을 댔다고?
대명천지 어디에 사돈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결혼식을 하는 곳이 있는지 그에게 한번 묻고 싶다.
이제 구 선관위에서 곧 결혼식의 방명록과 축의금 명부 등을 입수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하니, 조만간 그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사실이라면, 권 구청장은 조사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주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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