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내 천직”
“운전은 내 천직입니다”
시민일보
| 2004-10-21 19:54:31
기초의회 의장 차량을 12년동안 운전해 오면서 수행비서와 사진촬영 기사 역할까지 소화해내는 만능 운전기사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 1992년부터 올해까지 12년 동안 4차례 연속으로 인천시 서구의회 의장 관용차를 운전하는 정희정(40·기능직 8급)씨.
1종 특수 트레일러와 1종 대형차량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정씨는 지난 1990년 4월 인천시 서구청 재무과 소속 운전기사로 취업한 뒤 도로 노면 청소차와 민원봉사 기동차, 트레일러 등을 몰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만능기사’로 인기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태어나 이 지역의 모든 교통신호체계는 물론 지름길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마저 거의 파악하고 있어 ‘인간 GPS’로 통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점을 높이 평가받아 1992년 첫 출범한 지방의회 의장 관용차 운전기사로 발탁됐으며 12년 동안 각종 행사에 단 한번도 지각한 적이 없는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의장과 자치단체장 등 정치인들의 운전기사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여러 차례의 행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야하는 등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등산이나 헬스를 꾸준히 하고 담배와 술은 전혀 하지 않으며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그는 귀띔한다.
특히 그는 정치인 차량 운전기사의 최고 덕목인 ‘과묵함’을 갖춰 ‘의회의장 최장수 운전기사’가 됐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운전하는 것만이 그의 역할이 아니다.
또한 사진 찍는 실력도 보통을 넘어 의장이 각종 공식, 비공식 행사에 참여한 모습을 촬영하는 몫까지 해내고 있다.
지난 10일엔 국가 공인 사진기능사 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한데 이어 내달 20일에 있을 2차 실기시험 공부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워드프로세서 2급 자격증을 따내 웬만한 서류작성도 가볍게 끝낸다.
그는 이같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 2000년 구청장 표창 모범공무원상을, 지난해 10월엔 시장 모범공무원상을 연달아 받았다.
27개월 동안 정씨의 수행을 받은 3대 서구의회 권오창(48·사업) 의장은 “그는 직업의식이 투철해 회의안건은 물론 간담회에서 들은 사소한 내용에 대해서도 전혀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한번은 구청장이 나의 저녁 일정을 물어봤다가 모른다는 답변을 듣고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정씨는 “남들이 하지 않는 사진촬영이나 비서 역할도 하게 되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다음달 사진촬영 필기시험에 합격해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찬식 기자 mc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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