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보호판결 환영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10-26 20:02:02

{ILINK:1} 비록 현행 부패방지법이 내부비리를 고발한 공직자의 신변보호를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업무 비밀을 발설했다거나 고발자 개인이 업무상 `흠집’이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공직내부의 부패행위를 제보한 공무원을 부당하게 전보한 민선 자치단체장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어제 안산시청 6급 공무원 김모씨가 송진섭 안산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부당인사에 따른 정신적 고통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혐의를 각각 인정, “송 시장은 김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공익제보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조치 등 보복행위를 한 공직자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번째 판결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행위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확인해 준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공직내부의 비리 등과 관련한 내부제보에 대해 인사권자들은 재량권을 악용해 전보조치 등 교묘한 방식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전국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민선단체장의 인사권 전횡은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이로 인해 매번 선거 때마다 줄서기가 강요되는가 하면, 선거 후 부당한 인사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단체장의 눈에 거슬리는 내부 고발자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그런데도 현행 제도하에서는 내부고발자가 단체장의 인사전횡에 맞서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공익제보자에 대해 인사권자가 보복행위를 가해도 이를 제재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제재수단이라고는 겨우 행정처분인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내부 부패행위 고발자가 신분상 불이익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자구책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마땅히 환영할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된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보다 근본적으로 막고 즉각적인 신분보장을 위해서라도 단체장 등 인사권자가 보복행위를 하거나 부방위의 원상회복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형사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부당한 인사를 견제하고 내부의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투명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비밀유지 엄수’ 조항을 신설, 사실상 내부고발자를 처단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공무원복무조례안을 대폭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비밀엄수 조항은 지방공무원법과 부패방지법에도 규정돼 있는데 이를 지방조례로 정하는 것은 공직사회 내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내부고발을 제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반개혁적 조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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