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裁 위헌판결의 ‘꼼수’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10-27 20:08:28
{ILINK:1} 필자는 수도이전과 관련, 헌재의 위헌판결이 나던 날 ‘이상한 헌재(憲裁) 결정문’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그 근거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헌재 재판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상 명문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왕조 이래 600여년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이므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된다’는 이유를 근거로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얼마나 그 논리가 궁색했으면 조선의 기본법전이었던 경국대전(經國大典)까지 인용, 한성부가 경도(京都), 즉 서울을 관장한다고 명시한 대목까지 끌어들였겠는가.
법에 대해 문외한인 국민들도 헌재의 무지함과 비이성적 논리를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헌재의 이런 논리대로라면 ‘호주제폐지’는 불가능하다. 가령 유림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과거의 관습적 상황을 근거로 제시한다면 어떻게 이를 방어할 것인가. 방어할 명분이 없어진다.
따라서 헌재는 우리 시민일보가 주장해왔던 것처럼 ‘수도이전은 헌법 72조가 규정하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므로 국민투표대상’이라는 논리에 따라 위헌 결정을 내렸어야 옳았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쓸데없는 법리논쟁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헌재는 왜 ‘관습법’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를 끌어들여가면서까지 무리수를 두었을까?
그것은 실제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승산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얘기조차 나오지 못하도록, 싹을 잘라내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말이다.
여기에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현재 수도이전 반대여론이 더 높다. 따라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반대투표가 더 많을 텐데 헌재가 굳이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무리한 판결을 내릴 까닭이 없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현재상황으로는 6대4로 수도이전 반대자가 더 많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아니라 국민투표라는 본게임에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최소한 4대6정도로 뒤집어 질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실제로 지금 수도이전 찬성론자들 가운데 일부는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투표청원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현명한 헌재 재판관들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들이 ‘관습법’이라는 다소 무지하고도 비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까지 국민투표를 막아야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주권을 빼앗기 위한 ‘꼼수’에 불과할 뿐이다. 훗날 역사 또한 그렇게 기록할 것이다. 헌재의 위헌판결은 ‘꼼수’였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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