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박완서씨 신작 소설 ‘그 남자네 집’ 발간
시민일보
| 2004-11-03 18:44:12
그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서점으로 이끄는 박완서(73)의 열다섯번째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 刊)이 나왔다.
소설은 주인공이 한옥으로 이사한 후배가 사는 돈암동을 찾아가면서 시작한다. 결혼하기 전까지 돈암동에 살았던 주인공은 오래전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첫사랑 ‘그 남자’를 떠올린다.
전쟁이 끝난 1950년대, 주인공은 폐허로 변한 서울을 같이 누비며 그 남자와 사랑을 키우지만 그 남자가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은행원 민호와 결혼한다.
결혼생활은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던 중 다시 그 남자와 만나게 된 주인공은 같이 여행을 가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약속장소에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되짚어가는 첫사랑의 기억은 주인공에게 삶의 희망이며 절망이다. 굴곡 많은 인생을 한고비 한고비 넘기며 시간의 바람에 마음을 내맡긴 채 첫사랑의 흔적을 지워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소설에 잘 그려져 있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다가와 결국 가슴에 시퍼런 멍자국을 남기고 돌아서는 작가의 문체는 이 소설에서도 여전하다. 1950년대 서울은 작가의 세밀하고 치밀한 기억 속에서 다시 그 모습을 되찾는다.
작가는 책머리에 “이 소설을 쓰는 동안은 연애편지를 쓰는 것처럼 애틋하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312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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