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법통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4-11-15 18:59:26

{ILINK:1}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전적으로 틀린 얘기다.

우선 임시정부의 법통계승과 관련, 임시정부 수반이었던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정부에 임시정부 법통을 넘겨준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친일파를 중심으로 조직된 대한민국정부를 정부로 인정하려 들지조차 않았다.

실제로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를 고용해 반민특위를 해체함으로써 과거 청산을 처음부터 무산시킨 정부로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기보다, 차라리 미군정청이나 조선총독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대한민국이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했다는 것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4.19혁명을 ‘미완의 혁명’으로 뒤엎어버린 자가 누구인가. 바로 이승만 다음의 실질적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군 장교 출신의 박정희였다. 민중을 폭압하고 민주주의를 군화발로 짓밟은 그가 민중혁명인 4.19이념을 계승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즉 헌법에 남아있는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과 ‘4.19문주이념 계승’은 어디까지나 말 뿐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친일·수구 조선일보마저 대한민국의 헌법전문을 들먹이며,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공격했겠는가.

사실 조선일보가 ‘대한민국의 정체성’ 운운하는 것은 희극 중에 희극이라고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대한민국이 헌법전문에 나타난 것처럼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 민주이념을 계승했더라면, 조선일보가 과연 지금까지 존재할 수나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얘기다.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잡아야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독립 운동 시기 선열들이 가졌던 이념과 사상이 어떤 평가를 받던 간에 역사는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며 ‘과거사 규명’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참여정부도 이승만이나 박정희 시대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바로 공무원노조에 대한 강경일변도의 탄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필자는 공무원노조의 파업결정이 옳았다거나 그것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지금 정부와의 대화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하는 정부를 향해 하위직 공무원인 그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무엇이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파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임시정부 법통과 4.19이념을 계승하기를 바란다면, 공무원노조와의 대화를 모색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현재 구속된 조합원들에게도 선처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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