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언론 길들이기’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4-11-24 18:51:00

{ILINK:1} 서울시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언론을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은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시가 올해 이명박 시장 해외순방 당시 특정 언론사 출입기자들만을 동행시키면서 취재경비 전액을 지원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1박12일 일정으로 서울시장의 상하이∼파리∼베니스∼모스크바∼이스타나∼알마티 등 아시아·유럽 순방에 출입기자들을 동행시켰으며, 시는 동행취재를 위해 기자 1인당 700만원씩 무려 4000만원을 ‘민간인해외여비’ 항목의 예산으로 집행했다고 한다.

서울시의 이 같은 언론관리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는 지난 6월6일부터 13일까지 7박8일간 시장을 포함한 서울시 대표단의 프랑스 안시와 미국 뉴욕 등 미주·유럽 방문 때도 아시아·유럽 취재지원과 동일한 방식으로 동행기자들의 경비를 전액 지원했으며, 당시 경비는 1인당 450만원 정도로 모두 2660만원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언론 길들이기’이자 ‘관언유착’으로써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시의 지원을 받으면서 동행한 언론사 기자들이 마음 편히 시장에 대한 비판기사를 쓰기 어려운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쩌면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좋은 기사를 억지로 만들어 보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같은 언론인도 이런 의심을 할 정도라면 서울시민들의 생각은 오죽하겠는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시의 돈을 받아가면서 쓴 기사를 신뢰하는 시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더욱 웃기는 것은 서울시 방태원 공보과장의 해명이다.

그는 “공모했을 때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고, 공문을 보낸 언론사는 해외취재에 관심을 보인 곳이었다”고 말했다.

시민일보는 서울지역의 유일한 지방지다. 따라서 그가 고의적으로 비판언론을 외면할 목적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시민일보에도 공문을 보냈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뻔한 것 아닌가. ‘비판언론’은 동행시켜봤자 득이 될 것이 없으니,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들만 일부 챙겨서 동행취재를 하겠다는 저열한 발상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판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건전한 비판언론이 지역에 있을 때, 비로소 지방자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수시로 이 시장의 시정을 비판하는 것은 그의 독선적인 행정이 자칫 서울시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하되 문화재와 환경을 고려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나, 대중교통체계개편을 실시하되 충분히 검토된 후에 시행하라고 충고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따라서 시는 비판언론을 무조건 외면할 것이 아니라, 듣는 귀를 열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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