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취재환경 보장하라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4-11-25 19:44:54

{ILINK:1} 어제 본란 ‘이명박 시장의 언론 길들이기’ 제하의 칼럼에 대해 많은 독자들은 “설마 그렇게 까지 했겠느냐”며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이 시장은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울시청 기자단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모든 언론을 평등하게 대우할 이유 있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자단의 사과요구를 거부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물론 김병일 서울시 대변인은 “시장은 직접 ‘모든 언론을 똑같이 대우할 필요가 없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시장은 평등도 좋지만 모든 사안을 평등하게 해야 하는데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효율성, 특수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더욱 위험한 발상이다.

실제로 김 대변인은 “공금은 효율적으로 쓰라는 것이지 무조건 평등하게 쓰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효율적’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듣기 좋은 홍보성 기사를 써주는 언론사는 ‘효율적’이고, 듣기 싫은 비판기사를 쓰는 언론사는 모두 ‘비효율적’이라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시장의 독선을 지적하면서, 시정방향을 제대로 잡아달라고 비판하는 신문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더구나 모든 언론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이 시장 개인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뽑아준 시장으로서 지녀야할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앞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이 시장의 각별한 애정(?)아래 특별히 지원을 받는 언론사가 자기들한테 돈 뿌린 시장의 잘못을 지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시 관계자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외취재 지원을 할 수 있을지 현재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한 사실이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말이 매우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혹시 그것이 앞으로는 모든 언론사에게 똑같이 전액 지원하겠다는 뜻이라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물론 시청 기자단의 요구사항도 마찬가지겠지만) 평등한 취재환경의 보장이지 그깟 돈 몇 푼이 아니다.

기자들은 자부심이 대단한 직업인들이다. 그 자부심을 돈 몇 푼으로 회유하려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게다가 서울시민들도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기자들이 시장의 해외취재에 동행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시민들은 돈에 의해 작문된 홍보성 기사보다 진실을 알기 원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 이 시장은 사과하는 것이 옳으며, 특히 주무부서 과장은 그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모쪼록 서울시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같은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언론에게 공정하고도 평등한 취재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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