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가족에 세상이 놀란다
영화-인크레더블, 오는 15일 개봉
시민일보
| 2004-11-29 17:38:33
세상엔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늘을 날거나 괴력을 지녔거나 눈에서 광선이 나가거나 하는 능력, 즉 초능력을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가진자는 평범한 삶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고 가지지 못한자는 가진 자에 대한 열등감과 동경으로 편할 날이 없다.
내달 15일 개봉하는 ‘인크레더블’은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한판 대결을 유쾌ㆍ상쾌ㆍ통쾌하게 그린 장편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픽사가 만들고 월트디즈니가 배급하는 애니메이션 대작이다.
엄청난 힘의 소유자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자유자재로 몸을 변형시키는 엘라스티걸,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프로존. 악당들을 해치우며 시민들의 존경을 받았던 이들에게 ‘명예퇴직’ 처분이 내려진다. 지나친 활약으로 시민들의 삶이 불편해진 것.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비켜간 영웅들은 평범한 삶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넣는다. 엘라스티걸과 결혼한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보험회사 직원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은 또 다른 잠재적 영웅을 만들어낸다. 자유자재로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딸 바이올렛과 번개처럼 빠르게 달리는 아들 대쉬, 아직 너무 어려 그 능력이 밝혀지지 않은 막내 아들 잭잭이다.
이들에게 초능력을 꾹꾹 눌러가며 살아야 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위험에 빠진 시민들을 구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던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어느날 자신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여자의 연락을 받고 신이 난다.
그러나 그 여자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을 죽이려고 하는 신드롬의 부하. 신드롬은 예전에 인크레더블의 열성팬으로, 그를 따라다니다가 임무수행을 방해해 그에게 면박을 받은 아픈 기억 때문에 세상의 모든 영웅을 죽이고 싶어하는 악당이 됐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브래드 버드와 픽사 제작진의 솜씨는 이 작품에서 물이 오를 만큼 올랐다. 화면의 정교함과 매끄러움은 이제 더이상 애니메이션의 평가 항목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기술적으로 하자가 없다. 등장인물과 이야기 전개, 연출력도 정극 영화 못지 않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배꼽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볼록 나온 배 때문에 출동에 어려움을 겪는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낙하산이나 배로도 변신하는 엘라스티걸, 무조건 달리고만 싶은 대쉬와 수줍게 웃으면서 머리통을 사라지게 하는 바이올렛 등 모두 뚜렷한 개성으로 승부한다.
초능력자들의 의상을 전담하는 귀여운 공주병 디자이너 에드나 모드와 흑인 특유의 입담과 함께 세상을 얼려버리는 프로존 역시 톡톡 튀는 조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악당 신드롬은 다른 인물에 비해 매력이 없지만 영웅이 되고 싶다는 그의 욕심은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욕심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제작진은 슈퍼맨과 원더우먼, 600만불의 사나이를 보며 하늘을 날아보겠다고 망토 한번 둘러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아직도 남아있는 초능력자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톡톡 건드린다. 결국 영웅들이 승리하고 가족은 행복을 되찾는다는 뻔한 결론쯤은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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